대학은 만원이다 금병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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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즈음 여러 신문들이 과외 특집기사를 다루어 우리나라 교육풍토에 대한 개선상 시도하고 있다. 사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도 늘 우리의 교육이 과연 정상적이냐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어떻게 보면 근시안적인 교육정책때문에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금년에 지방대학이 대폭증원되어 갑자기 만원 「버스」에 탄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시설은 되어있지 않고 교수도 증원이 안된 상태에서 개강이 되고 보니 시장 바닥을 연상하게끔 북적대기만 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학생이나 교수나 전부 선의의 피해자들이다. 치열한 입시의 관문을 뚫고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은 그래서 당장 대학에 실망하게 된다. 첫출발부터 실망하게 될 때 그 대학생활이 올바르게 될는지 적이 의심이 간다.
장사꾼도 전을 벌여 놓고 장사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최소한의 전도 없이 장사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 우리의 대학이라 생각하니 그저 서글플 따름이다. 그래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에 들어오겠다고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뭔가 뒤틀려 있음을 본다.
70명이 넘는 국민학교 학급을 우리는 <콩나물 교실>이라 부른다. 국민학생도 아닌 대학생을 1백여명씩 넣고 강의하는 교실을 무어라 명명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상태에서 과연 정상적 면학 풍토가 조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적어도 대학 정원을 늘리려면 1년 전에 결정하여 충분한 준비를 해야하는데 대학입시에 임박해서 결정하니 충실한 교육이 될 수 없다.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그 분의l인 <십년지소계> 라도 있다는 말인가?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예를 든다면 새로운 「갬퍼스」에 이전 작업이 한창인데 시설은 1978년도 기준이다. 이렇게 볼 때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처사가 된다.
미래지향적인 것이 교육인데 언제나 현재를 기준한다면 교육의 이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 대학이 안고있는 공통적인 문제다.
신학기가 되면서 여러 가지 입시제도의 기사가 신문에 큼직큼직하게 보도되고 있지만 정작 대학이 안고있는 그늘진 부분들은 그냥 흘러버리고 있다. 제발 우리의 준재들이 대학에 들어와 실망하지 않고 소기의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본질적인 대책이 아쉽다.
어느 작가의『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처럼 대학도 이젠 만원사례 상태다. 대학이 시장처럼 북적대는 곳이 아니라면 원가대학에서 시장의 요소가 해소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4년동안 싱싱하게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갈 때 우리사회 또한 거기에 따라 싱싱한 생명력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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