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교부지가 놀고 있다|「콩나물 수업」하는 아파트 단지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아파트」단지 등의 국민학교 교실 난을 해소하기 위해 문교부가 작년 11월「아파트」 건설업자에게 학교부지확보를 의무화하고 사립 국민학교를 세우도록 했으나 해당지역 교육 위원회 등 관계당국이 이를 외면, 지금까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있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 신반포「아파트」단지 건설 주 한신공영과 잠실 장미「아파트」건설 주「라이프」주택이 각각 부지를 확보, 지난해12월 사립 국민학교 설립인가를 서울시교위에 냈으나 『학교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
서울시교위는「아파트」단지가 날로 커지고 있어 60학급미만의 학교를 세울 경우 근처에 다시 학교를 세워야하는 결과를 빚기 때문에 인가할 수 없고 장차 서울시가 학교부지를 「아파트」업자로부터 기부 채납 형식으로 받아 교위가 그 자리에 대규모 공립 국민학교를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강남구 신반포「아파트」단지의 경우 건설주인 한신공영 측이 단지 안에 4천2백 명의 학교부지를 마련, 지난해12월 30학급규모의 사립학교 설립인가를 서울시교위에 냈으나 60학급미만의 규모가 작은 학교는 설립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시교위는 신청 서류를 돌려보냈다.
한신공영 측은 신반포「아파트」를 6차에 걸쳐 분양, 78년11월까지 대부분입주를 끝낸 4천 가구의 취학 어린이 수를 1천8백 명으로 추산, 30학급에 모두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학교 규모를 확정했었다.
서울 강남구 잠실 장미「아파트」단지도 건설주인「라이프」주택 측이 4천4백여 가구의 취학어린이를 위한 한 학년 24학급규모의 사립학교를 세우기로하고 지난l월초 서울시교위에 사립학교 건립신청을 냈으나 같은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같이 사립 국민학교 설립이 거부당한 바람에 신반포·잠실장미 「아파트」 지역 어린이들은 2∼3㎞떨어진 신동·잠원 국민교와 오일·신천 국민교 등지로 몰려 콩나물 교실을 더욱 가중시키고있다.
반포국민교의 경우 3학년까지 2부제 수업을 실시하고있으며 잠원 국민교는 지난해 10월 20일 학급을 신설했으나 올해 신입생이 12학급이나 됐고 신동·반포 국민교에서 분리된 어린이들까지 받아 6개월 사이에 2배인 40학급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해당지역의「아파트」주민들은 당국이 변두리 주택밀집 지역도 교실 난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땅값이 비싼 이 지역에 공립 국민학교를 세울 계획조차세우지 않고 있으면서 1개 학교라도 세우겠다는 업자들의 신청을 기각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상천 서울시장은 23일 관계기관과의 비 협조로 사립학교건립이 늦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 앞으로 사립학교를 조속히 인가해 모자라는 교육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