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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큰손들, 사랑해요 한국 주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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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손큰 왕서방이 몰려오고 있다.”

 백화점이나 면세점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중국계 자금이 연속 유입되고 있는 코스피 시장 얘기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중국계 자금이 사들인 코스피 주식 규모는 1조4120억원, 같은 기간 외국인 자금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1조2411억원)보다 크다. 다른 외국계 자금이 주식을 파는 와중에 중국계 자금은 반대로 사들였단 얘기다. 올 3월 이후엔 매수 규모도 급증했다. 그 전엔 300억~400억원 규모던 게 3월 이후 3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올 4월 이후 외국인 자금이 매도에서 매수로 돌아선 데 중국계 자금이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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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서방의 한국 사랑’은 최근 도드라진 현상은 아니다. 2008년 이후 꾸준하다. 2008년 이후 올 5월까지 국가별 코스피 순매수 규모를 보면 중국(8조3281억원)이 오일머니의 대표 주자 사우디아라비아(6조4072억원)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글로벌 펀드 대부분이 적을 두고 있는 케이맨제도 출신 외국계 자금이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10조2020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운 것과 대조된다.

 한국 주식시장에 중국계 자금이 늘어난 건 중국의 해외 자본 투자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해외 투자를 하려면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Qualified Domestic Institutional Investor)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06년만 해도 QDII는 중국외환관리국·중국투자공사 등 국가기관 중심이었다. 그러던 게 2008년 이후 은행·증권사·운용사·신탁사 등 민간 자본 비중이 커졌다.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 개혁의 하나로 자국 자본의 해외 투자를 장려하고 있어서다.

 사실 QDII 투자금의 대부분은 홍콩에 투자된다. 올 1분기 기준으로 54.9%가 홍콩에 투자됐을 정도다. 한국(5.8%)은 미국(24.3%)에 이어 3위 투자국이다. 홍콩이나 미국에 비해 적은 수준이지만, 투지 비중이 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한정숙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 1분기 투자 비중을 비교해 보면 홍콩과 기타 국가는 준 반면 미국과 한국만 늘었다”며 “특히 홍콩과 본토 시장 간 격차가 줄면서 홍콩의 투자 매력이 감소하고 있어 여기 투자됐던 자금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으로 옮겨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중국 내 투자 여력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금융기관이 고객 예금의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인민은행)에 예치하는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것이다. 지난 4월 농촌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데 이어 이달엔 중소형 상업은행을 포함한 비은행권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성연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4월 조치로 시장에 800억 위안이 공급된 데 이어 이번 6월 조치로 총 1300억 위안의 유동성이 추가로 공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코스피 쇼핑에 나선 왕서방의 쇼핑 목록이 궁금하다. 전문가들은 중국계 자금 역시 다른 외국계 자금처럼 대형주 중심의 투자 패턴을 보일 것으로 추정한다. 중소형주보다 대형주에 대한 투자 정보를 얻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이 코스피200 구성 종목 중 중국계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된 최근 3개월간 외국인 매수가 집중된 종목을 뽑아본 결과 삼성전자·오리온·롯데쇼핑·CJ제일제당·신세계·대한항공·농심·한국콜마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정숙 연구원은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나 한류로 이름을 알린 기업 등 중국인들이 쉽게 접하는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며 “향후 중국계 자금 유입이 늘면 이들 종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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