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사회기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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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사치성업체의 전업과 자제를 권장하고 또 물가·가짜·부실사범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한번 절감케 하는 것이라 하겠다.
정부가 소비절약운동의 구체적 지침으로 9가지 추방대상을 설정, 이를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시키기로 한 것이며 또 검찰이 관련기관·민간단체대표들을 소집, 국민의 자발적인 협력을 얻어 모든 물가사범·가짜상품등을 추방하는데 검찰권의 발동까지 선언하고 나선 것은 그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일단 그 성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러나 사회기풍을 쇄신하겠다는 이같은 운동은 계획이 완벽하게 세워졌다고 해도 끈기 있게 추진하려는 결의가 박약하고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따르지 않는한 결국 흐지부지되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 도의심에 호소하거나 사회기풍을 쇄신하겠다는 국민운동이 시일의 경과에 따라 흐지부지되고만 경우는 비일비재했고, 물가사범등의 단속 또한 해마다 되풀이되던 연례행사였다는 것을 상기할때 이번 일연의 조치도 실효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속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지속성이 의심된다면 단속기간만 피하면 된다는 기피심리를 깊게 심어줌으로써 오히려 역효과만을 크게 하는 결과가 될 것이 뻔하다. 특히 소비절약운동은 지도층의 수범이 절대불가결한 요소다.
실상 전체 봉급자의 80%이상이 생계비에도 미달하는 급여를 받고있는 현실에서 이들 서민의 입장에서는 당국이 거론하고 있는 것과 같은 사치와 낭비란 사실상 무연의 것이라해도 과언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제로 소비절약을 하기 싫어도 할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의 차량때문에 교통이 마비되고 수백만원짜리 외제 가구가 상점에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또 수십만윈짜리 옷을 휘감고 손가락이 모자랄세라 온갖 보석반지를 끼고, 활보하는 족속이 어느 충인가.
때문에 지도층의 각성과 수범이 선행된다면 사치성업체는 자연히 손님을 잃게 될 것이며 자진해서 전업을 서두르게 될 것이지만 이러한 여건조성없이는 단속의 눈을 피한 또 다른 형태의 범법이 자행될것이 뻔하다.
각종사범단속에 있어서도 업자에 대한 구속, 처벌에 앞서 소비자계몽에 의한 각성과 함께 폭리를 취하거나 유해제품을 만드는 업소나 업자가 영원히 발을 붙일 수 없도록 건전한 사회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사치와 낭비를 발본새원할 수 있는 근원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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