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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성장 파트너, 중앙아시아 3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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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비행기로 7시간 넘게 가야 하는 중앙아시아. 멀게 느껴지는 그곳을 1000여 년 전 우리 조상들은 드넓은 평원과 사막을 지나 자유롭고 활달하게 넘나들었다. 신라 최대 고분 중 하나로 5세기께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남대총. 이 고분에서 로만글라스로 일컬어지는 유리잔이 발굴되었다. 학계에서는 이 유리잔이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신라로 유입되었다고 본다. 아울러 실크로드가 거쳐 가는 우즈베키스탄의 아프라시압 유적지에서는 고구려의 독특한 복식인 조우관(鳥羽冠)을 쓰고 고구려 무기 환두대도(둥근고리 큰 칼)를 찬 외국 사절단이 그려진 벽화가 발굴되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웅혼한 기상으로 실크로드를 경영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인연을 맺었던 중앙아시아는 우리의 국력이 약화되고 대륙을 오가던 기백이 쇠약해지면서 상상 속에서조차 그려보지 못한 이방의 땅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고려인 동포들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고국과의 실낱 같은 인연을 이어왔고, 본격적인 산업화 이후 우리나라의 국력이 급격히 신장하면서 중앙아시아와의 교류 물꼬가 다시금 트이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순방으로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어 나가자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한층 더 구체화되어 과거의 활달한 기상을 되살리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순방을 통해 중앙아 3개국의 의지와 희망을 함께 실현할 동반자적 관계를 맺었고, 우리 기업의 활발한 진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탄탄하게 갖추었다. 3000만 명에 육박하는 중앙아 최대 인구보유국으로 시장 잠재력이 큰 우즈베키스탄과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와 섬유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였고, 1인당 GDP가 1만3000달러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선 카자흐스탄과는 19조원 규모의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 운영사업 수주 등 자원·에너지 부문의 안정적 파트너십 구축을 논의하였다. 처음으로 국빈 방문한 투르크메니스탄과는 세이디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등 5조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원활히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순방성과를 기업과 공유하고 실제 사업기회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는 정상외교 경제활용포털(president.globalwindow.org)을 통해 세밀한 사후관리도 해나갈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성공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과감한 도전으로 이룩된 것이다. 우리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진 이때에, 지도상의 국경선에 구애받아 우리 스스로가 활동 폭을 좁힐 필요는 없다. 상상의 지평을 맘껏 넓혀 새로운 무대로 과감하게 나아가야 할 때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3개국 국민도 우리처럼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충만해 있다. 그들과 함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현해 21세기의 새로운 성공신화를 창출해 나가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