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밀 반도체 표면 검사기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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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반도체 표면 검사장치를 개발했다.

주인공은 연세대 염한웅(물리학과) 교수 연구팀.'광전자분광장치'라는 종래의 표면 검사기기를 크게 개량했다.

물질의 표면에 빛을 쬐어주면 물질 속에 갇혀 있던 전자가 빛에서 에너지를 받아 튀어나오게 된다. 이 전자의 에너지와 튀어나오는 방향을 분석하면 물질의 내부 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 이것이 광전자분광의 원리다.

이때 중요한 점이 튀어나오는 전자의 에너지를 얼마나 정확히 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에너지값이 정확할 수록 물질의 구조도 상세히 알 수 있게 된다.

염교수팀은 에너지 측정의 정밀도를 지금까지 최고였던 장치보다 두배 이상 높였다.선진국의 실험장비 회사에서 만들어 파는 것보다는 정밀도가 10배 높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기를 이용해 그간 과학계에서 몰랐던 반도체 표면의 수수께끼도 풀었다. 실리콘 반도체 표면을 덮고 있는, 두께 1나노m 밖에 안되는 '산질화막' 내부의 전자적 구조를 밝혀낸 것. 1나노m는 10억분의 1m란 뜻으로 대략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1 정도다.

반도체 회로의 크기가 점점 작아져 수십 나노m 정도가 되면서 회로 사이에 전기가 통하는 것을 막는 절연 물질로 '산질화막'을 사용하고 있다.

회로 크기가 줄어들면 절연막도 얇아져야 하는데, 두께가 나노m 정도에 불과하면서도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은 산질화막뿐이어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산질화막의 절연 효과가 우수하다는 것을 단지 경험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염교수가 산질화막의 전자 구조를 밝힌 것.이는 더욱 절연 효과가 뛰어난 물질을 개발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

염교수는 이같은 일련의 연구를 다섯편의 논문으로 정리해 물리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등에 실었다.

염교수는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에 참여,연구를 했다.그는 "개발한 장치를 모든 반도체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장치는 포항공대의 방사광가속기에 연결해 가속기에서 나오는 특수한 빛을 이용하게 돼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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