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수학] 바이러스는 정다면체의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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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사스(SARS)'라는 괴질이 극성이다.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에는 둥근 것이 많다. 바이러스는 유전 물질인 DNA나 RNA가 단백질 껍데기에 싸여 있는 구조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둥글다는 것은 이 단백질 껍데기가 둥글다는 얘기다.

경험에서 보다시피 둥글면 충격에 강하다. 결국 둥근 모양의 바이러스가 많은 것은, 유전 물질을 충격으로부터 잘 보호하는 종류가 번성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처럼 아주 작은 것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자 현미경이 발달하면서, 바이러스가 사실은 둥근 것이 아니라, 20개의 정삼각형으로 이뤄진 정20면체에 가깝다는 것이 밝혀졌다.

정20면체는 정다면체 중에 가장 면의 수가 많은 것이다. 정다면체에는 주사위처럼 생긴 정6면체, 정삼각형으로 이뤄진 정4면체.정8면체.정20면체, 그리고 각 면이 정오각형인 정12면체, 이렇게 모두 다섯가지가 있다. 정다면체가 다섯개라는 사실은 이미 2천5백년 전 그리스시대에도 알고 있었다.

플라톤은 이 다섯가지의 정다면체를 세상을 구성하는 다섯 요소와 연결시키기도 했다. 정4면체는 불,정6면체는 흙, 정8면체는 공기, 정20면체는 물, 그리고 정12면체는 우주였다.

플라톤의 정다면체는 16세기말~17세기 초의 천문학자 케플러의 이론에도 등장한다. 케플러는 행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낸 사람이지만, 젊었을 때는 엉뚱한 이론을 세우기도 했다. 그것이 바로 정다면체를 이용한 것이다.

케플러는 안쪽부터 구-정8면체-구-정20면체-구-정12면체-구-정4면체-구-정6면체-구 형태로 겹겹이 싸인 모형을 만들었다. 제일 작은 구가 있고, 다음에 여기에 외접하는 정8면체가, 다음에 다시 그 8면체에 외접하는 구가 계속되는 식이다.

그리고 이 여섯개의 구 위에 그 때까지 알려진 여섯 행성(수성~지구~토성)의 궤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잘못된 이론이었다.

물질을 이루는 분자 중에도 정다면체인 것이 많다. 소금(NaCl)의 분자는 정6면체고, 다이아몬드는 정4면체다. 건축에 쓰이는 '옥텟트러스'라는 구조는 정4면체와 정8면체를 엮어놓은 것으로, 가볍지만 튼튼해 널리 쓰인다.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과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의 천장이 이런 구조로 돼 있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 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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