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베트남전 이후의 아시아<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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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이클·필스버리(미중공문제전문가 전「하버드」대학 교수)중공이 「베트남」을 공격한 것은 「베트남」사람들에게 어떤 교훈을 가르쳐 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미국사람들에게 「어떤 교훈」을 가르쳐 주겠다는 의도가 훨씬 짙게 깔러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중공은 미국에대해 『소련은 세계도처에서 세력확장을 위한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에 제대로 응수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꾸짖어왔다.
그러니까 중공이 이번 전쟁을 일으킨 진짜 목적은 『소련의 도발에는 이렇게 응수하는 법』이라는 실례를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중공은 미국이 월남전에서 월맹에 패배한 열등감에서 아직도 헤어나지못하고 있는데대해 대단한 불만을 갖고 있다.
중공은 미국이 겁내고있는 「베트남」도 패배시킬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외에 과시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중·월전이후 「인도차이나」에서의 「힘의 군형」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하는 문제는 군사적인면과 심리적인 면등 두가지 측면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 볼때는 이번 전쟁 때문에 어떤 큰 변화가 올 것같지는 않다.
이번 전쟁이 「제한된 규모」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의 한세력이 「인도차이나」전체를 지배하지는 못하는 현재와 같은 상태가 당분간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중공의 입장이 상당히 강화되는 반면 소련은 체면이 깎이고 「베트남」에 대한 영향력은 많이 감소될 것이다.
미·중공·일본간의 관계에서 볼때 이 전쟁은 이들 국가의 망각관계를 군사 동맹형태로까지 발전시키지는 않겠지만 「밀접한 비공식관계」를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日本의 경우 비둘기유들이 이제까지 소련은 강하기 때문에 소련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중공이 소련에 과감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고 일본사람들도 무언가 배운 것이 있을 것은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 중공의 「베트남」 침공을 철저히 견제할 의사가 있었다면 미·중공 국교정상화 작업과 통상협정을 늦추거나 「블루멘덜」 재무장관의 북경방문, 「우드코크」대사의
북경부임을 연기하는 「제스처」를 썼어야 했을것이다.
「카터」행정부가 「핫·라인」(비상직통전화)을 통해서 소련의 「브레즈네프」서기장에게 「자제」할 것을 강청하고 있는 사이에 중공은 인도·소련·「버마」와의 국경충돌때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베트남」과의 국경분쟁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음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번 사태는 여러가지의미에서 교훈을 주었다고볼수있다. 북한엔 『소련이 유사시에 원조해주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주었고 소련에는 체면만 손상시켜 큰 「딜·레머」에 빠지게 만들었다.
등소평은 이번 사태를 일으킴으로써 미·소·일·「베트남」등에 대해 모두 다른 의미의「교훈」, 말하자면 세계각국에 다양한 교훈을 가르쳐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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