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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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는 흔히 편견과 선입견 속에서 사는때가 많다. 지난 72년3월 「르·몽드」지는 다음 과 같은 믿어지지않는 기사를 실은일이있다.
『「프랑스」에서 매일아침 이(치)를 닦는 사람은 전체인구의 10%미만. 가족5인이 치솔한 개를 쓰고 있는 가정이 155이상….』
그런 「프랑스」를 우리는 문화특등국으로 믿어왔었다니….
최근 우리나라 농수산부가 밝힌바에 의하면 작년말 현재 우리나라 농촌에도 16가구에 10대꼴로 TV수상기가 보급되어 있다한다.
이것은 「프랑스」 전국의 TV보급율과 거의 맞먹는다. 그러니까 도시에서의 보급율까지 합친다면 우리나라 인구가 TV의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전화보급율도14.7가구에 한대꼴이라면 결코 「프랑스」에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가 과연 「프랑스」를 앞지른 문화국이라 주장할 수 있을까?
농수산부에서 그저 농가의 생활수준이 그만큼 상향됐다는것을 알리려 했을뿐이지도 모른다.
어쩌면 또 아무리 TV며 전화가 보급됐다해도 문화수준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려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야 또 얘기가 된다. 실지로 한 나라의 문화수준과 TV 보급율과는 직접적인 관련은없는 것이다.
서독만해도 TV수상기 보유수는 2가구에 1대꼴밖에 안된다. 가장 잘 보급됐다는 「스웨덴」이나 영국도 한가구에 한대꼴이 못된다.
어떻게 보면 TV의 보급율이 높다는 것은 문화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역설도 성립할 수있을지모른다.
다른 소일거리나 취미가 없다는 것이나 같기 때문이다. 적어도 책을 읽는 습관이 적기때문이라할 수도 있다.
영국에서는 일요일 TV에 『오늘의 일요지에서』라는 「프로」가 있다. 각 일요지의 주요한 읽을거리를 해설을 넣어가면서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영국인이 일요일에 신문을 읽는 시간은 1인당 평균2시문이나 된다. 여기에 비겨 TV를 보는 시간은 30분밖에 안된다.
버릇탓 만은 아닐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채널」이 셋되지만 시골에서는 둘, 또는 하나뿐이다. 「프로」도 서구처럼 다양하지못하다. 그런 TV를 모든 사람들이 밤이면밤마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본다는 것은 크게 자랑거리는 못되리라.
이를 닦지않는 「프랑스」사람은 아무리 비위생적이라해도 비문화적이라고 할 사람은 드물다.
그런 「프랑스」사람들은 TV보급율에 신경을 쓰지않기때문에 더욱 문화적이 되는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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