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속의 인지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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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의「배트남」침공은 미국의「아시아」개인 축소 이후본격화하고 있는「아시아」공산권내부의 분열과 항쟁을 다시 한번 실감시켜 주었다.
이제 「아시아」지구일대에도 「국제공산진영」이니「사화주의 형제국」이니 하는 허울좋은 일체성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마르크스」주의를 빙자한 적대권력 상호간의 국가이기주의와「정글」의「게임」만이 난무하는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이들「아시아」공산국 상호간의 열전은 단순한 영토상의 국경분쟁이라기보다는 대외정책상의 대립에서 오는정략적인 국경분쟁이라 표현해야 옳을 것같다. 그만큼 중공·소련간의 거리나 중공·월맹간의 거리는 이론적·당적·국가적·민족적 적대관계로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의 중공의 무력행사는「캄보디아」사태로 상징되는 소련-「베트남」제휴체제의 선공에 대한 중공나름으로의 계산된 보복조치였다고 평가할수 있다.
이 사태가 앞으로 양국만의 제한된 국지분쟁으로 시종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을 반소동맹으로 물고들어가려는 중공과 소련간의 제2의 무력충돌로까지 확대될 것인지가 크게주목되는 바다.
중공·「베트남」간의 무력 충돌은 중공·소련간의 패권다툼이라는 측면말고서도, 중공·월맹간의 국경분쟁 (우의관충돌)과「베트남」내의 화교처우문제, 그리고 국제공산주의 운동에 관한 양측간의 대립이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을 이룬다.
「베트남」은 전토를 장악한 이후남부의 경제구조를 사회주의화하는 과정에서 남부의 농산물 (특히 쌀) 유통구조를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화교상권의 장벽에 부닥쳤다.
화교들의「블랙·마키트」는「하노이」의 공산주의적 통치질서가 들어앉은 이후에 와서도 계속 자본주의적 농산물 유통구조를 장중에 쥐고서『남부의 농산물 증산에 의지하여 북부의 공업을 일으키겠다』던「하노이」의 계획에 적잖은 차질을 가져다주었었다.
이러한 차질로 말미암아「하노이」는 화교상권의 박탈·화교의 본국추방·소련군사력및 「코메콘」경제권에의 의존이라는 반중공·친소정책을 선명히 부각시키기로 작정했던 것같다.
이 당적·국가적대립은 자연 국제적규모에 있어서도 첨예한 대립상을 드러나게 하였다.
중공은 이미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국제공산주의 진영」이란 것을 인정하지 않은지 오래다. 그러나「베트남」은『소련을 중심으로하는 세계공산주의 질서와「베트남」을 중심으로하는 인지공사주의질서』라는 것을 당이론으로 삼고 있다.
동남아지역에 대해서도 중공은「아세안」의 대소 방파제역과 중립화구상을 지지하고 있는데 반해, 「베트남」은 인지와 「아세안」을 연결하는 친소적공동시장화를 구상하고 있다.
서태평양전략에 있어서도 중공은 미·일해상전력의 증강과 서방측 자원수송로의 안전확보를 지지하고 있는데,「베트남」은 이를 차단하고자하는 소련의 해상전략을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모든 징후들을 돌아볼때「아시아」에서의 본격적인 소·중공 대결과 그로인한 새로운 전쟁 위험은 이미 현실문제로 화하고 있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같다.
이 전쟁기운은 더욱이나 미국등 제3국의 견제행위나 조정능력의 테두리밖에서 있을뿐 아니라, 당사국들이 국제법을 무시하여 공공연한 무력침공을 다반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더 그 위험성이 제고되고 있다. 이 공산권의「정글」의 「게임」이야말로 아마도 미국의 「아시아」개인축소등「닉슨」·「카터」행정부의 새로운「아시아」정책이 수반한 최대의 문젯점이 아닐까 우려된다.
「아시아」의 평화와 전쟁방지를 위한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견제역할이 강화되어야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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