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한 불만 제기, 무리한 요구 소비자들 의식 이젠 바뀌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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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감정을 거짓으로 꾸미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감정과 다른 억지 미소와 행동을 취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문제는 이 같은 직무 스트레스가 건강을 좀먹는다는 사실이다. 정신질환과 심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정혜선 교수(사진)는 “고객이 감동을 원할수록 근무자는 죽어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노동자와 관련해 다수 연구를 진행해 온 전문가다.

● 감정노동이 사회문제가 되는 이유는.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내가 친절하게 대해도 고객이 그렇게 못 느끼면 아닌 거다. 무리한 요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는 서비스 노동자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결국 직무 소진(burn-out)을 초래한다. 실제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 시도까지 한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 우리나라 감정노동의 강도는 어떤 편인가.

 “외국에 비해 높다. 불만을 제기할 때 과격하게 표현한다. 경제발전 등 성장지향주의 속에서 여유와 만족을 찾기 어려웠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않아 온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빨리 빨리’를 원하는 국민성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불만을 제기할 때 편안하게 얘기한다. 그리고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충분히 기다린다. 미국·영국 등은 교환을 안 해주는 것으로 언쟁하지 않는다. 이유를 묻지 않고 교환해 준다. 클레임 해결이 잘 돼서 그런 것도 같다. 일본은 감정노동 자체를 생소해하더라. 근로자 스스로 당연히 친절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 불만 제기는 소비자의 권리 찾기이기도 한데.

 “감정을 싣지 말라는 것이다. 감정을 실으면 욕이나 폭언을 하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진다. 원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객관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자는 거다.”

● 기업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원칙에 따라 보상한다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 또 근로자가 부당한 대우를 거부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현대카드가 좋은 사례다. 콜센터에서 성희롱·폭언 고객응대 시 세 차례 경고 후 상담을 중단토록 한 것이다. 시행 후 상담원 이직률이 3분의 1로 감소하고, 오히려 고객불만 접수 건수가 45%나 감소했다. 이제는 종사자에게도 관심을 갖고, 악성 고객을 거부하고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공론화할 때다.”

정혜선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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