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서 44일…12명 구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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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군산】지난해 12윌25일 서해무인도 동격열 비열도(충남 서산군 근흥면 매의도리)에 약초를 캐러갔던 이정호씨(55·충남 청양군 대치면 개곡리)등 12명(남11·여1)이 심한 풍랑으로 뱃길이 끊겨 21일간 섬에 갇혔다가 8일 해경구조대에 모두 구조됐다. 이들은 배가 오기로 되어있었던 지난달 초일까지 23일간은 정상적으로 작업을 했었다.
이들은 7일 모닥불로 연기를 피워 구조를 요청, 섬에서 1·9㎞ 떨어진 북격열 비열도 동대수 지희만씨(43)가 이를 발견, 해경에 알려 정찰기와 경비정이 구조했다. 군산지구 해양경비정을 타고 8일 상오1시20분 군산에 온 이들은 피로와 추위에 한때 정신을 잃었으나 모두 회복했으며 군산 도립병원에서 요양 중이다. 이정호씨 부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산군 안면면 승언리 부락민인 이들은 지난해「크리스마스」인 12월25일 약초를 캐기 위해 서산군 태안읍 모항리 포구를 떠나 같은 날 하오2시쯤 28「마일」떨어진 동격열 비열도에 도착했다. 1월18일까지 23일간 예정으로 해열제인 달래와 전후(전후)동 약초를 캐기 위해 쌀(90㎏들이)7가마·보리쌀(90㎏)1가마 등 양식과「텐트」·담요 등을 준비했다.

<출발>
이들은 당초5t급 동력선 해성호(선주 박청일·44)를 6만원에 대절, 왕복운항키로 했으나 배가 고장나 1월18일에 돌아올 때 태우러 오기로 했으며 대신 5t급 어선(선장 박승기·26)을 3만원에 빌었다.
이들은 곧바로 해안에서 50m쯤 떨어진 산(높이50m) 아래에「텐트」2개를 치고 약초를 캐기 시작, 1윌18일까지 전후20관·달래45관 등 오관을 채취하고 자기들을 실으러올 해성호를 기다렸으나 배가 오지 않았다.
신정을 전후해 섬 앞을 지나다니는 어선조차 구경할 수 없었고 이따금 지나가는 외항선엔 구조를 요청할 생각조차 못했다. 구정(1월28일)이 지나도 배는 오지 않았다. 이들은 1월20일부터 가지고 간 식량(쌀7가마·보리쌀1가마 각90㎏씩)을 아껴 하루2끼(아침·저녁)로 끼니를 때우고 들쥐를 잡아 불에 구워먹고 해초·산무우·칡뿌리 등으로 허기를 채웠다.

<구조>
7일 상오10시쯤 동격열 비열도 등대수 지씨는 동격열 비열도에서 연기가 오르고 사람들이 옷을 벗어 흔드는 것을 보았다.
지씨는 상오10시쯤 서산군 안흥 어업무선국에 어를 보고했으며 무선국은 상오10시30분께 충남도경에 보고했다.
도경은 상오11시께 군산지구해경에 사태를 알아보도록 연락했다. 군산 해경의 보고를 받은 부산해양경찰대는 경찰기를 보내 섬을 정찰하도록 하는 한편 군산 해경경비정559호(정장고순하경위·40)를 급파했다.
경비정은 하오6시10분쯤 동격열 비열도에 도착「사이렌」을 울리며 확성기로 구조대가 왔음을 알렸다.
이때 등대쪽에서 조난자들이 위치를 알려왔다.
구조대는 심한 풍랑으로 접안치 못하고 8일 상오1시20분쯤 줄사다리로 연결한「보트」를 보내 밧줄로 구조대원의 등을 묶어 한사람씩 경비정으로 옮겼다.
구조된 이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경비정으로 옮기자 한때 정신을 잃었으나 곧 회복됐다.
구조된 선원은 다음과 같다.
▲인솔자 이정호(55·충남 청양군 대치면 개곡리23) ▲이씨의 부인 김효순(55) ▲문용확 (18·충남 서산군 안면면 승언리149) ▲박영민(16·안면면 정당리1구467) ▲정백남(27·안면면 정당리92) ▲김동익(20·안면면 정당리 608) ▲가열노(20·서산군 남면량 잠리350) ▲가한노(21·남면량 잠리481) ▲김기영(32·서산군 안면면 중장리183) ▲신재열(50·안면면 승언리l300) ▲장광천(35·안면면 승언리333) ▲박광일(37·안면면 승언리136)【대전】충남도경은 8일 상오11시 군산 해경대로부터 조난자 12명의 신병을 인계 받아 이들이 출항당시 신고를 하지 않은 경위·선주와의 계약 등을 조사중이다.
충남도경은 해성호 선주 박청일씨의 신병확보에 나서는 한편 고의로 이들을 데리러가지 않았을 경우 형사처벌 할 방침이다.
한편 도경은 이들을 처음 발견한 등대수 지씨를 표창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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