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는 적었어도 「중공강풍」일으켰다|등소평의 방미장정이 남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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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는 여전히 북한을 지지한다. 남북한간의 대화를 재개하자는 움직임에서도 북한의 제의를 지지한다. 북한이 남침할 가능성이 있다는것은 아무런 의미없는 우려일 뿐이다,』
「워싱턴」도착 3일째, 중공부수상 등소평이 미국회의사당을 방문해서 한 이 발언은 한반도사태에 관한 미·중공간의 견해차이를 그대로 반영하고있다.
손님의 입장에서, 그것도 큰 국제문제를 모두 요리하는 내노라하는 기라성같은 미상원외교위원들 앞에서 5척단구의 등이 대담하게(?) 한 이말은 보수파 정객들의 입에서 『충격을 받았다』는 소리가 나오게했다.
한 상원의원은 『만일「카터」대통령이 혼자 배경의 중공당전당대회에 나가 『우리는 여전히 한국을 지지한다』고 할 배짱이 있는지 저옥이 의심스럽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많은 관측통들은 이번「카터」-등회담에서는 합의된 내용보다 합의안된내용이 훨씬많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물론 양국이 맺은 과학기술·문화교류·영사관계분야 협정과 아직 협상의 여지는 있지만 중공이 대만의 현실과 미·소간의 전략무기제한회담(SALT) 협정을 원칙적으로 인정한다는 정도는 이번 회담의 수확으로 평가될수 있다.
등은 미·중공협력의 새장을 여는 이같은 협정에 서명하기위해 「카터」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밀월은 계속될것』이라고 선언하기도했다.
그러나 한반도사태를 비롯해서 대만에 대한 무력불사용문제· 대기권핵실험금지문제· 대소문제등에선 상당한 견해차이가 드러났다..
등은 많은 미국의원들이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을 하지않겠다』는 공개적인 언질을 해줄것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끝내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월남문제같은데선 당장이라도 무력을 쓰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등은 또 「카터」대통령이 대기권핵실험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자『미국과 소련은 자기들이 필요한 만큼 대기권핵실험을 실컷 해놓고 우리보고는 하지말라고 하는것은 무리』라고 분명히 못박음으로써 「카터」행정부를 놀라게했다.
이러한 양측의 견해차이는 이미 첫날 2차례에 걸친 「카터」-등회담이끝난 후부터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미국측은 중공의 관습대로 회담후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백악관주변에서는 미·중공간의 견해차이가 너무 커서 이를 대외적으로 드러내지 않기로 양측이 합의했을 것이라는「결론」이 이미 나돌고 있었다. 미·중공의 견해차이가 특히 심한 쟁점은 한반도문제·대만문제와 대소문제등이다.
등은 미국과 한국전쟁 때 싸웠고 월남전에서 미국과 대결했던 지난30년간의 세월을 「명랑치 못했던 기간」으로 표현하는등 여유를 보였지만 「뉴욕·타임스」의「제임즈·레스턴」같은 사람은 등이 세계질서를 위해 힘쓰자는 얘기는 없이 미국중공 일본과 「유럽」 이 연합해서 소련에 대항하자는 식의 논리만 전개하고있다고 비판했다. 「레스턴」은 또 미국신문·TV들이 등을 위한 만찬에 「닉슨」전대통령이 초대됐다는 사실에만 흥분하는 우를 범했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번 회담은 역사와 사고방식이 다른 두이방인간의 재결합을 위한 「탐색전」의 성격을 띠었으며 심리적인 측면에선 등이 미국인들에게 「중국풍」에 대한 면역성을 심어준 계기로 볼수있다.
그런 의미에서 등소평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중공대륙을 팔러나온 「세일즈맨」이었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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