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담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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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금도 그대로 있는지 모르지만 「프랑스」 후생성 현관에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청년의 등신대 「마네킹」이 세워져 있다.
「마네킹」의 가슴은 「유리」 창으로 되어있고 그속으로 검게 그을린 폐가 보인다. 그리고 가슴밑에 『건강한 폐를!』 이라 적혀있다.
「프랑스」 정부안에서 금연운동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은 후생장관 「시몬·베유」 여사다.
그녀는 금연 「캠페인」에 4억원이상을 쏟고 있다. 통계로 보면 「프랑스」에서는 담배로 해마다 3만5천명의 사람들이 일찍 죽어가고 그중의 1만5천명은 암으로 죽는다. 이 숫자는 교통사고로 죽는 수의 4배나 된다.
그러나 담배로 인한 세수는 70억 「프랑」, 약1조원이 된다. 재무장관이 금연 「캠페인」에 찬성할 턱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베유」 여사는 담배중독박멸법을 제정, 이를 국회에서 통과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때문에 담배 전매회사가 「지탄·앙테르나쇼날」이란 새 담배를 내놓고도 전혀 선전광고를 할 수가 없었다.
지난 몇해동안 금연 「캠페인」은 온세계에 퍼져있다. 미국에서도 「캐리패노」 후생교육장관이 담배추방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그도 남부의 담배업자들의 엄청난 「로비」 활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만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골초천국이다. 올여름부터는 양담배와 맛이 맞먹는다는 「한가위」 「솔」 등이 새로 등장하고, 게다가 여송연까지 만들어낸다고 한다.
담배맛처럼 미묘한것도 없다. 똑같은 원료를 똑같이 배합해도 두께가 1㎜만 틀려도 맛이 달라진다.
그러나 담배맛은 아무래도 「니코틴」과 「타르」가 만들어낸다. 담배연기속에 섞여있는 「니코틴」의 입자크키는 1천만분의2㎜다.
그리고 한모금 빨아들일때의 연기의 속도는 초속40㎝. 이걸 어떻게 걸러 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따라서 양담배와 맛이 똑 같으려면 「필터」부터 똑같은걸 써야 한다. 그러자면 한개비에 얼마씩으로 계산하는 특허료를 미국회사에 바쳐야할지도 모른다.
전매청에서 5백원짜리 새담배들을 다양하게 내놓는 것은 8백억원이나 더많은 세수를 올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초속40㎝의 연기와 함께 사람들의 폐가 얼마나 더럽혀 지는지는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가 보다.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고 담배갑에 적혀있는 귀절이 마냥 무색해지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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