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연두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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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카터」미국대통령의 연두교서는 당면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제의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방향설정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역점이 두어진 부분이있다면 그것은「인플레」대책과 SALTⅡ에의 결의라 할 수있다.
「인플레」대책이 차기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국내정책 문제라면 SALTⅡ는「카터」행정부의 세계전략문제라 보여진다.
그리고 그 어느 것이든 통틀어서 미국의「달러」방위책과 대소전략의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선 다를바가 없다.
「카터」대통령의 국내의 정책이 오늘날과 같은 기본「틀」을 잡기 시작한 것은 작년 중간선거를 전후해서였다.
그 이전까지만해도「카터」대통령은「인플레」문제보다는 실업대책을 중시했고, 외교분야에서도 이렇다할 새로운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작년이후「카터」대통령은 SALTⅡ 추진외에 중공과의 관계긴밀화,「인플레이션」억제, 중동평화 중재등 일련의 내외정잭을 미국의 모든 현안문제를 푸는 방정식으로 삼은듯 했다.
「카터」대통령의「인플레」억제책은 일종의「자주적 억제」방식으로,「닉슨」적인 물가·임금 통제방식과「케네디」적인 유도목표 설정방식의 중간형태라 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임금상승율의 상한선을 제시하는-을 보강하기 위해 정부조달을 활용하고 재정적자를 삭감하는 동시,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의 실질적 감소를 방지하는 새로운 세제입안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의 연두교서가 밝힌 강력한「인플레이션」억제결의 역시 그러한 기존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여지며,『보수화하고 있는 유권자에 호응하려는 보수화하고 있는 대통령』의 면모가 잘 드러나 보인다.
대외문제에 관련해 이번의 연두교서가 SALTⅡ추진과「아시아」의 평화정착을 특별히 강조해서 언급한 것은 주목할만 하다.
이것은 미·일·중공의 3국 제휴체제로「아시아」에 대한 소련의 팽창주의를 저지하는데 일단 합의한 오늘날, 미국의 다음번의 외교목표는 소련과의 SALTⅡ 체결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소련과의 관계는 SALTⅡ를 통해 조정하고, 제3지역에 관한 대소전략은 NATO와 일본·중공·미국의 공동노력으로 대처하게 한다는「카터」-「브레진스키」전략이 재천명된것이다.
SALTⅡ는 작년 12월「제네바」회담에서 대체적인 토의가 진행되어 금년 상반기중 양국정상회담에서 최종확정하자는 식으로 시간표가 짜여져있다.
그러나「카터」대통령은 이 협정이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세 유지를 저해하는데 악용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MX「미사일」등 고도 핵운반수단 개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미·일공동군사연습, NATO와 일본의 제휴, 미·일공동 군사우주계획추진, 미·일·중공간의 군사정보교환등 일부 민간정책연구가들의 제의를 신중히 검토해나갈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어쨌든「카터」대통령은 이제 강력한 대소전략과「인플레이션」억제에의 몰두라는 뚜렷한 자기색을 띠기로 작정한듯 하다.
문제는 건전경제·효율정부·신임정치·국방강화를 천명한「카터」대통령의 시정방침에 대해 의회와 유권자, 그리고 일본·중공·서구등 견제세력과 제휴세력들이 이에 얼마나 잘 호응 또는 반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집권 3년째로 접어든「카터」대통령의「또 한해동안의 정치역량」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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