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참빗」이 사라져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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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암참빗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영암참빗은 빗살이 가늘고 날이 고른 것으로 유명해 머리를 빗으면 잘 다듬어져 5백여년 동안 일반에게 애용되어 온 것은 물론 왕실의 진상품이 되어 왔다. 그러나 「플래스틱」공업의 발달로 5, 6년 전부터 빚을 잃기 시작, 지금은 그 명맥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
영암참빗 제작기능보유자 이식우씨(48·영암군영암면망호리)는 『수공업 형태로 만들어 온 참빗은 노인들이 시골장터 길 바닥에 벌여 놓고 몇 개씩 팔리고있을 뿐 대량주문은 거의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옛 사람들이 쓰던 빗은 단단한 박달나무 등으로 만든 얼레빗과 대나무로 만든 참빗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영암참빗은 참대를 재료로 썼다.
영암사람들은 농한기가 되면 집집마다 참대를 준비, 마당에 쌓아두고 햇빛을 받지 않도륵 짚으로 덮어 말린 뒤 마디와 마디사이를 갈라 겨우내 참빗을 만들어왔다.
대토막을 칼로 쪼갠 다음 속을 골라내고 매끈한 빗살을 다듬는다. 빗살을 엮는 일은 주로 아낙네들이 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빗살을 갈색으로 염색했다. 옛날에는 참빗의 노르스름한 색깔을 내기 위해 오줌을 사용했다. 염색이 끝나면 빗살매기·살고르기·빗죄기·빗등대기·실풀기·빗깎기·기름칠 등 과정을 거쳐 하나의 참빗이 된다.
이처럼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제작과정 때문에 한 집에서 많이 만들어야 한 달에 2백개를 넘지 못한다.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값도 요즘 l개에 현지에서 6백원 이상을 받아야 겨우 채산이 맞을 정도.
그러나 「플래스틱」빗은 한꺼번에 수천개씩 기계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에 종류가 다양하고 값도 2∼3백원으로 싼 편. 따라서 영암참빗이 「플래스틱」빗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길은 거의 막혀 있다. 당국은 기능보유자 이식우씨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뜻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아직 지정을 않고 있어 한사람 남은 기능보유자 마저 잃게되면 영암참빗은 영영 그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
【광주=황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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