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을 봐줍니다"|교인들이 무료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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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빈집을 봐줍니다』-. 남의 집 봐주기 1년. 올해 초 70인 양희문 할아버지(수원시 화서동109의6)는 한겨울에도 빈집을 찾아 나서는 것이 일과다.
옆구리에는 성경과 찬송가책을 끼고 손에는 집을 보아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주소와 약도가 적힌 수첩이 쥐여져있다.
양씨가 빈집 봐주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 초순.
자신이 나가는 은혜교회(수원시 화서동) 안에 『빈집 봐주기 봉사회』를 발족하면서부터. 봉사회 구성원은 철저한 기독교신자 5명으로 되어있고 이들의 품행을 은혜교회 이창만 목사(45)와 화성군 수촌교회 서정달 목사, 그리고 용인군수지면 성려교회 유원흥 목사(70)등 3명의 성직자들이 보증하고 있다.
이들의 봉사내용은 관광피서 소풍 관혼상제 동창회 등 각종 모임 등으로 집을 비워야 할 경우 하루종일 또는 몇 시간동안 집을 지켜주거나 가정부알선 사무보조 상품판매 보조 등 다양하다.
지난 1년 동안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탓으로 집봐주기 요청을 받은 것은 60여건이었다.
봉사원들이 출동하지 못할 때는 양씨가 직접 나서기 일쑤.
봉사료는 시간당 2백원씩 규정돼있으나 대체로 무보수로 봉사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차비마저 거절하고 나올 경우도 많다.
지난 10월중순쯤 화서동 임모씨(40)가 집을 봐달라고 요청이 왔을 때는 봉사원은 물론 양할아버지 자신도 몸이 불편하자 딸 양순덕양(25)을 보내 봉사했다고.
봉사회 운영밑천은 오직 그의 집 전화(⑤0779)한대.
전화로 접수 가부를 통보해주고 가능할 경우 주소와 약도를 받는다. 양희문씨는 예수교 「나사렛」교 집사.
경력 20년의 경찰공무원 출신으로 남은 여생을 뜻 있고 보람 있는 일에 바치겠다는 뜻으로 이 같은 일을 시작했다는 것.
양씨는 이 같은 봉사활동이 전국적으로 번져 밝고 맑은 사회가 이뤄지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했다.

<수원=김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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