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교육 투자증대 등 일부 숙제 해 넘겨|78년 과학·기술결산|김용준(전 고대 이공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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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기의 과학자요 물리학계의 거성인 「하이젠버그」는 『과학에 있어서 새로운 세계는 어느 결정적인 단계에서 현재까지의 과학이 발판으로 삼고있었던 그 땅을 떠나서, 말하자면 허공에 뛰어드는 각오가 없으면 발견될 수 없다』고 말한바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과거 l년간의 우리 나라 과학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때 그곳에는 별다른 발전이라 할까, 그 어떤 새로움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과거 l년간에 현저하게 우리의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다소의 기술의 소화와 숙달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만약에 기술이 인간의 생존과 복지를 위해서, 인간에 의해서 채택된 수단의 총체라고 한다면 지난 한햇동안의 가장 특기할만한 사실은 태양 「에너지」연구소의 설립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규모로 보나 진용으로 보나 아직도 요원한 감이 없지 않으나 진정한 인간의 복리를 위하여 정부가 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동력자원부장관의 입을 통하여 4단계로 개발하겠다는 공식발표가 있었던 바 앞으로 기대해 볼만하다.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대체문제로 원자력이 부각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 나라도 고리1호기 준공과 때를 같이해서 원자력발전소 5 ,6호기의 기공식이 있었던 일은 특기할만한 일이지만 비단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문제성 투성이 이기 때문에 태양 「에너지」 만큼 그 장래가 밝지 못하다는 점을 밝혀둔다.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눈부신 사회발전상이 눈에 띄면서 선진국에서 이미 겪은 고통의 흔적이 우리 나라에 다시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일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남 운양군 일대에 수은중독 현상이 보도되었고 통영군 일대에서 백로가 떼죽음한 사실 등 그때 그때의 보도에 그칠 뿐 그 후속조치가 알려지지 않고 있는 사실은 눈에 띄는 발전상에 비해 너무나 미미한 것이라고 무시해 버리기에는 그 뒤에 숨어있는 미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할 때 심각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진정한 과학 및 기술의 발전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생활에 어느 정도의 밝음과 기쁨을 주었느냐가 그 평가기준이 되어야한다.
5월말에 한국 과학 저술인 협회가 발족하고 그 「세미나」에서 <모방에서 창조로>라는 주제를 가지고 앞으로 과학 및 기술의 갈 길을 뚜렷하게 제시한 일은 특기할만하다.
동시에 일반적으로 전문인들의 모임이어서 일반사람이 기웃거리기에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는 화학공학회에서 최동식 교수의 「사회 열역학」이라는 논문발표는 매우 중요한 뜻을 갖는다고 생각된다.
「사회 열역학 그룹」의 전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싶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비자연계 학생들을 위한 「자연과학개론」 교과서의 새로운 편찬을 위한 진지한 연구회가 이화대학교를 중심으로 묵묵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기초과학의 장래를 위해서 이태규 박사를 중심으로. 「한국이론물리 및 화학연구회」가 결성된 일은 반가운 소식이다.
기타 연례행사로서 <제5회 국내외 한국과학기술자종합학술대회>라든가 기능「올림픽」의 성과 등은 그저 신문의 기사거리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나 할까.
이에 비해 9월초에 있었던 이휘소 박사추모를 위한 소립자물리학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서울대에서 열린 일은 침체되어 있는 한국의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큰 활력소역할을 했다고 본다. 현재 개발도상국으로부터 기술지원요청이 격증되고있고 「인도네시아」 「요르단」 같은데서 한국이 그들의 연구소설립을 돕고있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계획적인 연구투자도 물론 필요불가결 하지만 지금 경향각지에 산재되어 있는 각급 교육기관에서 우리 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자라나고 있는 젊은이들의 과학교육 및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우리는 다시 한번 강조해야할 것이다.
과학교육 및 기술교육은 결코 단시일에 이루어질 수가 없다.
이러한 견지에서 아직도 대 GNP 0.81%에 머무르고있는 연구개발투자를 가지고 과학 및 기술의 발전을 운운하는 자체가 「난센스」다. 좀더 과감한 과학정책과 기술정책의 수립이 아쉽다.
이에 못지 않게 민중들의 과학 및 기술에의 참여가 올바른 과학 및 기술의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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