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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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정회 3기 의원의 선출>
통일주체국민회의는 21일시·도별지역회의에서 대통령이 추천한 유정회 3기의원 77명을 선출했다.
이번 제3기 유정회는 2기에 비해 교체폭이 대단히 크다. 지난번과는 달리 국회의 대가 바뀌기 때문인 것 같다.
국민회의 선출 국회의원은 원래 국회에서 여당이 안경세력을 확보하고 지역대표제에 의한 의회주의의 비 능률을 개혁한다는 제도적 명분을 지니고 있다.
유정회 1,2기 의원들의 활동이 이러한 제도적 명분에 어느 만큼 기여했는지는 보는 이에 따라 평가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난 6년이 몸에 익지 않은 새 체제에 맞춰 우리 정치의 체질을 조절하는 기간이었다면, 유정회 의원들은 종래의 정치·의회풍토를 새 체제에 적응시키는데 일역을 담당했다.
9대 국회에서는 당후협상 같은 의회정치의 오랜 습성이 상당히 배제되었다. 국회의 의사진행도 꽤 능률화되었다.
그러나 정치의 체질을 조절하는 과정에서는 조절이 지나친 면도 있기 마련이다.
「정치부재」「국회의 시녀화」로 불리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국회가 정치와 국정의 중심에 서지 않고 의식적으로 경치의 중심밖에 안주한 듯한 인상이다.
중요한 국내외 사태가 생겨도 9대에선 국회가 기민하게 이에 대처하지 않고 방관하는 수가 적지 않았다.
설혹 국회를 연 경우에도 이미 사태가 일단락 된 뒤여서 다 알려진 사실을 재탕하는데 그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민의를 수렴하는 정치의 논리보다 행정의 논리가 승했던 게 사실이다.
대 정부 건의를 통해 국회의 활성화를 다짐할 정도로 의원들 스스로가 국회의 활동에 대한 미진 감을 지니고 있었다.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하지 않은 유정회 의원은 지역출신 의원보다 전문지식과 경륜에 더해 태도에 있어 비 정략적인 것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지난 6년간 유정회 의원들의 원내활동 행태는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보단 정부정당의 일원으로 행정부를 엄호하는데 더 치중한다는 평판을 흔히 들었다.
이점 지난번 10대 국회의원 총 선거에서 공화당의 득속률이 신민당에 뒤지는 저조를 보인데 대해 공화당뿐 아니라 유정회도 일단의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선출방식의 차이야 어떻든 국회의원은 모두 국민의 대표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여당적 기준보다는 국민적 기준, 행정의 논리가 아닌 정치의 논리에 투철해야 한다.
견제와 편달이 없는 맹점은 자칫 국민의 편리보다 관료의 편의를 앞세우기 쉽다. 바로 관료적 발상의 한계라는 것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해 괸 물을 흐르게 하는데 국회와 경치의 역할이 있다.
10대 총선거 결과에서도 보다 활발한 정치와 활기찬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분명히 나타나 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데 유정회의원인들 예외일 수는 없다.
전반적으로 10대 국회는 국민대표기관으로서「그라스·루츠」국민의 뜻을 국정에 연결하는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만 하겠다.
새로 선임된 유정회 의원들의 국민적 기준과 국회의 논리에 대한 투철한 자각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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