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 경제 동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제기획원은 내년도의 경제 운용 방향이 안정 기조의 정착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일단 평가하고, 그 때문에 성장율을 9%선으로, 그리고 통화량 증가율은 25% 선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성장율은 높이되, 물가는 안정시킬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나, 내외 여건이 그러한 두 마리의 토끼를 쫓을 수 있게끔 허용할 것 같지가 않기 때문에 일단 안정 기조의 확보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원칙적으로 타당한 생각이라 하겠다.
우리의 무역 의존도가 80%선에 있는 이상, 국내 정책의 자유도가 그 만큼 비례해서 떨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도의 세계 경제전망이 특별히 좋아지지 않는 한, 우리가 성장율을 일방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싶어도 이를 여건이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근자의 예측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성장을 지탱하던 미·일·서독 경제의 성장전망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달러」 화 가치의 누적된 하락 과정으로 말미암아 파생된 일본 및 서독 경제에의 압력은 결국 이들 두 나라의 성장을 하강과 국제 수지 흑자 폭의 축소를 불가피하게 만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 및 서독의 흑자 폭 축소는 반대로 미국의 성장 지속과 적자폭 축소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그 동안의 「달러」가치 하락 방지책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계략과 전망은 OPEC가 석유 가격을 대폭 인상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원유 가격을 79년 중에 14.5% 올리기로 한 지금으로서는 더욱 비관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원유 가격 인장은 결국 일본과 서독의 흑자 폭을 더욱 축소시키는 한편, 미국의 적자폭 축소를 불가능하게 만듦으로써 미국 경제와 성장 전망까지도 어둡게 하는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미·일·서독 경제 중 미국 경제만 성장 전망이 낙관 시 되던 당초 예측도 빗나갈 수밖에 없게 되고, 그 때문에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가는 세 개의 기관차는 모두가 김이 빠지는 결과가 될 것이다.
원유 가격의 인상 결정이 있기 전에는 선진공업국을 제외한 여타 개도국의 국제 수지는 79년에도 그 적자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므로 이제 이들의 적자폭은 유가인상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 경제 환경이 원유 가격의 인상 결정으로 더욱 어두워지는 반면, 산유국의「달러」 잉여는 지금보다 호전될 것이다. 만일 이들이 증가하는 원유 수입을 건설 확대로 활용한다면 중동 진출의 기반이 단단한 우리로서는 얻는 바도 없지 않을 것이나, 중동 제국이 내국인 고용의 의무화 등 자국민 보호조치를 강구하는 경향이 있어 우리의 순 외화 가 득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리 큰 기대를 걸기 힘들 전망이다.
한편 국내 경제는「인플레」역력을 가중시키는 투자구조와 경제 정책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 때문에 여간해서는 안정을 위한 심리적 지주를 다시 세우기는 힘들게 되어 있다. 이 시점에서 재정이 시범적으로 흑자 시 현을 위한 세출 억제 계획을 제외하지 않는 한 안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회복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므로 재정 측이 기왕에 성립된 79년도 예산조차도 이를「닷지·라인」적인 방식으로 운용하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한편, 상품 공급 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보상적인 금융 완화책을 동시에 명시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안정을 위한 진통은 성장과 「인플레」쪽 보다는 훨씬 아픈 것이며, 이를 이겨 나가겠다는 결단과 각오가 없는 한 실천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염려된다. 동시에 안정에 역점을 두려고 하면, 안정에 따른 진통을 극소화시키기 위한 세련되고 치밀한 사전 계획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