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철강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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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에 철강재처럼 품귀 현상이 심한 물자도 드물었다.
연초부터 철근을 비롯한 함석·강판·아연도 철선 등 주요 제품이 수요 급증에 의한 물량 부족으로 품귀를 빚기 시작하더니 연중 내내 계속되면서 가격도 엄청나게 뛰어 올랐다.
고시 가격으론 t당 12만5천 원 선에 불과한 철근이 소비자에게는 19만원까지 거래되어 평균 50% 이상의「마진」이 붙는가 하면 대리점은「메이커」에 선금을 내고 물량 공급을 열흘 이상 기다려야 했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대리점에 웃돈을 얹어 선금을 내야 했다.
아무리 선금을 먼저 갖다 준다 해도 주문량의 절반 정도 밖에는 현 품이 차례가 오지 않는다.
11월1일부터 제품 고시가격이 일제히 인상 된데다가 수입 철근이 막 들어오자 품귀 상태가 다소 진정되고 가격도 t당 1만∼1만3천 원씩 내렸으나 이것은 겨울철 비수기이기 때문이며 내년 3, 4월이 되면 금년에 겪었던 파동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가장 품귀가 심했던 직경 15m 정도의 강 관은 정부 고시 가격보다 두 배 이상을 줘도 사기가 힘들었고 일부 상인들의 품귀를 틈탄 가격 조작으로 대부분의 철강재가 최하 15%에서 최고 60% 정도로 1년 사이에 가격이 뛰었다.
이같이 품귀와 가격 폭등이 생기게 된 것은 ①국내 철강 업계의 제강 능력이 4백70만t에 불과하여 총수요 8백80만 t에 비하면 불과 53% 정도가 자급되고 나머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인데다가 ②국제 가격이 엄청나게 뛰어올라 원가 압력이 커진 반면 국내 제품 가격은 고시 가격에 묶여 있어「메이커」들이 내수보다는 수출에 치중했고 ③국내 건축 경기가 폭발적으로 일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핫·코일」「와이어·로드」등 소재의 수입선인 일본이 분기마다 가격을 10∼20%씩 인상을 하는데다가 물량 공급도 주문량의 70% 정도밖에는 주지 않아 품귀 현상을 더욱 부채질했다.
현재로서는 내년에도 금년과 마찬가지로 소재의 공급 난은 여전히 계속 될 것 같은 전망이다.
포항제철의 시설 확장으로 내년도 우리나라의 조 강 능력이 9백만t으로 늘어나 생산 실적이 7백만t정도 되어 예상 수요 1천만t에 비해서는 자급 율이 72% 정도로 높아지지만 일본이 벌써 대한 수출 가격을 내년 1·4분기 중에 15% 인상키로 결정한 데다가 「핫·코일」의 생산비 확충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둡기만 하다.
따라서 업계는 정부 고시 가격과 소비자 가격의 격차로 인한 유통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제거하고 수입 제품의 활발한 국내 수요 충족을 위해서라도 철강재의 가격 정책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간 소재의 공급 원 활을 기하도록 외국 광산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원광을 개발 수입하는 한편 IISC(국제철강 위원회)같은 국제 기구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대외 거래에 있어서의 고지 점령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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