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군사대국 야심 … 무기 수출시장에 첫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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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무기 전시회 ‘유로 사토리’에 일본의 13개 기업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이 신형 장갑차 모형을 전시하는 것 외에 대기업인 가와사키(川崎)중공업·히타치(日立)·후지쓰(富士通)·도시바(東芝)· NEC 등과 중소기업들이 지뢰탐지기·지뢰처리장치·기상레이더 등의 실물이나 패널을 다양하게 출품했다.

 유로 사토리에 일본 부스가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얼마 전 ‘무기 수출 금지’라는 족쇄가 풀린 뒤 민관일체 태세로 꿈틀대고 있는 일본 방위산업의 기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본 정부가 4월 사실상의 무기 수출 금지 정책으로 기능해 온 기존의 ‘무기 수출 3원칙’을 폐기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수출이 가능토록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새롭게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과거 자위대에만 팔았던 무기를 기업들이 해외에도 팔게 되면 방위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앞장서 기업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 참가도 일본의 경제산업성·방위성이 대기업들에 전시회 참가를 종용했고 기업들이 이에 응하게 됐다고 한다.

 프랑스 언론들은 “일본은 새로운 무기수출국” “일본이 조용하게 무기시장에 찾아왔다”며 일본의 행보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최전선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서 있다. 방위산업 육성을 통해 군사·무기 대국화와 경제성장이란 일거양득을 노리는 그는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 때마다 방위장비 협력을 주된 테마로 삼고 있다.

지난달 2일 런던에서 열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선 “방위장비품의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 사흘 뒤인 5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무인기 분야를 중심으로 방위장비 협력을 진행시킨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NHK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방위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기존의 방침 대신 ‘정부 주도로 국제 공동개발에 적극 참여한다’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했다. 외국과의 협력을 통해 무기 생산기술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속마음이다.

 개별 기업들도 국제무대 진출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앞장서 달리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미쓰비시전기는 영국의 군수대기업인 MBDA와 손잡고 공대공미사일의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적외선 센서와 유도시스템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스미토모(住友)정밀공업 등은 전투기 착륙 시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 생산과 관련해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협의를 시작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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