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총 선의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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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양대 정당 제도의 재확인으로 끝났다. 제3당인 통일 당과 무소속이 9대 총선거에 비해 약간 의석이 늘긴 했으나 선거운동 과정의 기세에 비해 결과는 별것이 아니다.
이러한 결과는 공화·신민 양당에 대한 지지 라기 보단 양대 정당 제도라는 정당 제도 자체에 대한 확인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지명도가 높은 제3당의 당수가 무명의 제1야당 후보에게 1위 당선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은 양대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선호가 거의 무조건적임을 드러낸 증거라 하겠다. 이점 여당인 공화당과 제1야당인 신민당은 더욱 책임을 동감해야 할 것이다.

<공명 선거의 실현>
관권의 선거개입 여부로 선거의 공명 여부를 가름한다면 이번 10대 총선거는 모범적인 공명 선거라고도 할 만하다. 지역에 따라 부분적인 관권개입 주장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어느 때보다도 관의 의도적인 자제 노력이 현저했다. 다만 공명 선거의 또 하나의 요인인 후보자들의 자세에는 유감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법의 규제 조항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이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후보가 다소간의 탈법을 저질렀고 특히 금품 공세가 과도했다. 이러한 면은 앞으로 반성, 개선돼 나가야 할 것이다.
투-개표 과정에서도 약간의 잡음이 없진 않았으나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포말 현상에 불과했다.
10대 총선거에서는 조직적인 부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른바 선거 후유증은 없을 것이다.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높은 투표율, 공화당을 앞지른 신민당의 득표 율과 여야 의석 차의 감소, 현역의 대거 탈락, 여촌 야도 현상 등의 특징을 들 수 있겠다.
이번 총선거의 투표율 77.1%는 9대 총선거의 72.9%에 비해 4.2%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서울의 투표율 신장이 두드러 진다.

<야 득표 율 여 앞질러>
적극적인 관의 독려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이렇게 높아진데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읽을 수 있다. 지난 6년 간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증이 심했다는 단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공화·신민 양당의 의석 차는 9대의 21석에서 7석으로 줄었다. 9대 때 지역구 의석의 50%를 차지했던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4.1%로 줄었고, 제1야당은 35.6%에서 39.6%로 그 비중을 높였다.
무엇보다도 총 득표 율에서 신민당이 공화당을 앞섰다는 사실은 이번 선거의 가장 주목할 특징이다.
신민당이 야당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신장한 반면 공화당은 득표 율과 의석수가 모두 줄어든 것이다.
이는 야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커졌다 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공화당에 대한 기대치가 훨씬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점 민심의 소재에 대한 정확한 성찰과 반성이 뒤따라야 하겠다. 이번 선거의 또 하나의 특징은 현역 의원의 많은 낙선이다. 재 출마한 현역 의원 중 30명이 낙선 권에 들어 있다. 그 중에는 여야당의 중진 의원들도 상당수나 된다.
한 선거구에서 2명을 뽑는 중선거제의 채택으로 지명도가 높은 여야 의원의 재선이 상대적으로 유리한데도 불구하고 낙선자가 많다는 사실은 주목을 요한다.
이러한 선거 결과의 여러 특징에서 몇 가지 민심의 소재를 귀납할 수 있겠다. 우선 「정치의 시녀 화」「정치부재」등으로 불려진 9대 국회 활동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다.
현역 재출마자의 다수 낙선과 여당의 상대적 저조에서 이러한 국민의 뜻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야당에도 일단의 책임이 없지 않지만, 역시 9대 국회의 기조를 주도적으로 형성해 온 것이 여당이기 때문에 그 불만이 여당에 집중된 것 같다.

<정치 활성화에의 기대>
또 이번 선거 결과에서는 보다 활성적인 정치에 대한 국민의 바람을 읽을 수 있겠다.
높은 투표율과 야당 세의 신장, 그리고 이른바 거물 무소속의 상당수 진출은 정치 활성화에 대한 기대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공화당 의석이 약간 준다고 해도 의석의 3분의1이 유정회로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여당권의 안정 세력에는 변함이 없다. 때문에 정치의 기조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번 총선거에서 표현된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10대 국회는 보다 정치의 논리에 철저한「정치하는 국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부의 시책을 뒷받침하는 것도 국회의 임무지만, 국민의 여론을 국정에 반영하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10대 국회는 보다「그라스·루츠」국민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는 정치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한다.
새 선량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더 한 층의 각오와 분발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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