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의'우리마을 축제" 「이민의 날」은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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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농악이 신바람을 잡고 앞서가는데 이어 5세부터 80세에 이르는 선수단(?)들이 보무도 당당하게 동네를 한바퀴 돈다.
이른바 「이민의 날」을 기념하는 체육대회가 열린 것이다.
경기도 김포군 양촌면의 양곡리 주민들은 「이민의 날」이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이민의 단합과 친선을 도모하기 위해 이민의 날을 정하고 올해부터 체육행사를 시작했다』고 이장 김길천씨(49)는 말한다.
지난 10일 양곡 종합고교 운동장에는 걸음마를 갓 뗀 다섯살 꼬마들로부터 수염이 하얀 김철수 할아버지(82)까지 무려 2백 90명이 출전, 힘과 기를 겨루었다.
4백 50가구 2천 1백여명의 주민들은 선수로 뽑혀나간 가족과 이웃을 서로 응원하느라 축제 분위기를 이루었다.
체육대회는 양곡리의 10개반 단위로 「팀」을 나누고 줄다리기를 비롯, 씨름·축구·달리기 등 다채롭게 진행됐다.
꼬마들의 달리기 경주에서는 어머니들의 응원소리가 운동장을 뒤덮었고 4백m달리기에 출전한 최고령인 김철수 할아버지가 젊은이를 제치고 당당 1위를 차지하자 장내는 놀라움과 환호로 뒤바뀌었다.
특히 10개반에서는 축구「팀」을 갖추고 있어 가족들의 응원 속에 불꽃튀는 각축전을 벌었다.
이날 체육대회를 끝내고 면장 김윤환씨(49)는 『내년부터 관내 11개 이에도 파급시켜 면민이 모두 참가하는 대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하며 전국적으로 「이민의 날」이 확산될 것이 틀림없다며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주민들의 자발적인 행사를 반가와 했다. 이날 주민들은 각계에서 상품으로 보내온 수건·비누·식기 등을 모두 모아 관내 영세민들에게 전달, 흐뭇한 광경을 보이기도 했다.
【인천=김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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