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절 기금의 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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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가가 폭락한다하여 낙담할 필요도 없고 폭등한다하여 기뻐할 이유도 없다. 증시의 건전한 발전이나 주식 대중화라는 차원에서 볼 때는 주가의 등락에 일비일희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오히려 짧은 기간 동안 주가가 폭등·폭락할 수 있는 증시 체질을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크게 성장했다고 강조하던 우리 나라 증시의 실상이 어느 정도라는 것이 이번 증시 소동을 계기로 잘 드러났다. 증시가 양적으로 잔뜩 부풀었지만 실속은 너무나 허무했다. 투기가 주류를 이루고 주식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다.
가식이 벗겨진 증시의 참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 우울할 지경이다.
어찌 보면 이번 증시 소동은 일찌감치 잘 터졌다고도 볼 수 있다. 우선 투자자에게 주가도 떨어질 수 있고 주식 투자가 꼭 달콤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나게 알려 주었다.
그런 상식이 이제까지 망각되도록 환상적 분위기를 알게 모르게 연출해 온 많은 관계자들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증권 당국으로서도 주식 대중화와 동떨어진 증시 육성이 어떤 결과를 빚는가를 잘 알았을 것이다.
비록 큰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이번 증시 소동을 계기로 장기적 증시 육성의 방향이 올바로 잡힌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번 증시 소동을 교훈 삼아 배당 위주의 증권 투자를 본격적으로 유도할 방침을 세우고 주가 조절 기금의 운용에 의해 주가의 안정을 도모키로 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투자적 주주층의 확산을 위해선 주가의 안정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까진 주가의 급변을 유통 금융 조절과 직접 규제에 의해 대처해 왔으나 이의 실효엔 한계가 있다.
때문에 2개 투자 신탁 회사의 자본금과 금융 기관 보유 물량 등을 조절 기금으로 활용하여 물량 수급에 의한 주가 안정을 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기관 투자가의 개입력을 강화하는 것이나 같다.
따라서 주가의 안정과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의 투자 유도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주가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너무 강화시켜 주가의 왜곡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 할 것이다.
증권 당국이 생각하는 방향만이 꼭 옳다는 과리 자신을 가장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늘어나는 증권 거래 규모에 대응할만한 개입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조절 기금은 근본적으로 주식 대중화가 이뤄지지 못한데서 그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증시의 건전한 발전을 의해선 증권으로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고 배당을 기대하는 투자적 주주층이 널리 깔려 주가의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
증권 정책의 기본은 주식 대중화에 의한 투자적 주주층의 확대라는 것을 다시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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