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문 후보자 검증" 여당 지도부, 초선 13명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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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적격 여부는 인사청문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16일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으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이 “야당의 사퇴 요구가 거세다”며 입장을 묻자 “그것은 야당에 가서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사퇴 의사가 없다는 의미다. 문 후보자는 이후 집무실에서 17일 국회에 제출키로 한 임명동의안에 첨부할 서류를 준비하는 데 전념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류 제출이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어진 데 대해 “문 후보자가 그동안 공직을 맡지 않아 청문회 관련 서류를 준비할 게 많아져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현지에서 임명동의안에 전자결재를 할 예정이다. 임명동의안이 제출되면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하는 만큼 국회는 이르면 이달 말 청문회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입장 차는 극명하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청문회 개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적격·부적격을 판단하는 공식 절차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라며 “문 후보자에 대한 적격·부적격 여부는 (청문회를 보고)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사무총장도 “야당이 청문회를 거부한다면 국회 스스로 책임을 포기하고 의회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반발 기류가 있는 초선 의원 13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설득에 나섰다. 초정회(새누리당 초선 의원 모임)의 강석훈 의원은 오찬 뒤 브리핑에서 “초선 의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며 “전반적으로는 총리 후보자가 법에서 정한 절차까지는 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냐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7·14 전당대회에 출마한 소장파 김영우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인사청문특위는 기존과는 달리 후보자의 가치관까지도 철저히 검증할 수 있도록 ‘철학과 가치관 검증 일정’을 별도로 잡아 국민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문회는 들어가야 하지만 당론 투표할 일은 아닌 것 같고, 의원 개개인이 스스로 양심에 따라 크로스보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어차피 안 될 일을 가지고, 시간을 끌수록 청와대에 대한 불신만 가중될 것”이라며 문 후보자의 조기 사퇴를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당 회의에서 “문 후보자의 역사관에 대해 일본 극우파가 환영 일색”이라며 “본인의 언행에 책임을 지는 것이 더 이상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국제적 망신을 피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참으로 엉뚱한 총리 후보를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고,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며, 대통령 눈물의 진정성을 믿었던 국민을 또 한 번 배신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문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박지원 의원도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야말로 국민적·역사적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속히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공식적으로는 “인사청문회 요구서가 국회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안 대표)고 밝히고 있다. 안·김 대표는 이날 예방한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청문회를 열어도 동의안 통과가 어려운 만큼 청문회 뒤 낙마시키는 게 좋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글=허진·이윤석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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