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과 용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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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정「아파트」사건의 수사진은 새로 용의자 최의 집에서 피묻은 양말을 찾아냈다. 그가 진범임에 틀림없었다는 심증은 더욱 굳어만 간다.
그러나 우리는 뭔가 크게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 만 같다. 특히「매스컴」이 법에서는 누구나 유죄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죄인처럼 다스릴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어기고 있는 것이다.
여러 해전의 일이다. 미국에서 여우「샤론·데이트」와 그녀의「보이·프렌드」의 참살사건이 터졌었다.
이때의 진범「맨슨」은 당장에 잡혔다. 그러자 당시의「닉슨」대통령은 그를『범인』이라고 말하여 각 신문으로부터 호되게 두들겨 맞았다.
「닉슨」은 변호사 출신이다. 법을 잘 아는 그가 어떻게 재판을 받기도 전에 용의자의 인권을 무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진범의 여부는 재리 장에서만 가려진다. 그 이전까지는 아무리 진범임에 틀림없어도 어디까지나「용의자」일뿐이다.
용의자중에는 천인공노할 흉악범도 많다. 그러나 그 중에는 무고의 죄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천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결백한 시민을 위해 용의자의 인권과 인격을 존중해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신문에서나 자가용 운전기사 최석채씨를「범인」이라 부르고 있다.
이미 지상재판을 끝내고 있는 것이다. 어제 분수대자도 비슷한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만의 1이라도 그가 진범이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가?
그의 집에서 찾아낸 피묻은 양말의 혈액감정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검거의 단서가 됐다는 현장의 기름기도 반드시 용의자 최의 것이었다는 확증은 없다.
지금 가장 분명한 것은 그의 자백이다. 그러나 자백만으로는 확증이 되기는 어렵다.
더우기 그는『기자들에게 할말이 있다』는 아리송한 여운을 던져놓고 있는 것이다.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 현장검증에서 그는 자꾸 순서를 뒤틀리게 하고 더듬거렸다고 한다. 그가 훔쳐간 것으로 된「다이어먼드」의 행방도 아직 묘연하다. 「다이어먼드」는 요새 없어서 못 팔정도로 귀하다. 그런「다이어」반지를「디자인」이 구식이라 해서 안 살 보석상도 없을 것이다.
현재 모든 증거는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검찰 쪽에서도 공소유지에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는 적어도 법적으로는 용의자일 뿐이다. 미움 속에서도 그에게도 존중해야 할 인권은 있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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