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압계획의 재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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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백20「볼트」승압계획은 일단 정부가 결단을 내린 만큼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점진적으로 밀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만 이 문제가 너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강요하기 때문에 비용·효과분석에 만전을 기하는 신중함도 아울러 필요하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별 승압공사계획을 전면 재조정, 새로운 단상삼선식 방법의 도입을 검토중이라 한다.
우리는 이 새로운 방식의 기술적 타당성에 언급할만한 자료를 갖지 못하고 있으나 요컨대 이 새로운 방식이 승압공사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고 승압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일단 검토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본란이 이미 지적한대로 승압을 실현하는 과점에서는 무엇보다도 물적·인적낭비의 소지를 최대한 줄이는 일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이점에서는 삼선식이 기존 가전제품의 개조 없이도 겸용이 가능하다면 지금부터라도 기술적 타당성이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런 방식이 비용절감의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승압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차선의 편법으로 안출되었다면 이는 온당치 못하다. 당초 정부가 승압계획을발표할 때 분명히 밝힌대로 승압의 경제적 이득이 향후 10년간 공사비의 두배를 넘는다면 승압공사에 소요될 5백여억원의 비용은 그리 큰 부담이 될 수 없다.
비용·효과연관에서 볼때 대단치 않은 소요경비 때문에, 승압의 본래의의를 후퇴시킨다면 그야말로 본말을 뒤바꾸는 격이다. 정부가 일단 승압을 결정할 때는 그만한 부담쯤은 으례 각오했어야 할뿐더러 이미 승압에 착수하기 전에 이 비용부담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담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의견교환과 합의가 이루어져 있어야했다. 그런 준비도 없이 계획만 먼저 발표해놓고 뒤늦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느니, 업계와의 비용부담계약이 늦어진다느니 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계획을 전면 재조정한다면 졸속행정의 또 하나의 표본으로 남을지 모른다.
때문에 삼선식의 도입문제를 포함하여 승압에 관련된 모든 기술적 측면의 검토는 승압의 실질적 효과를 후퇴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하며 비용절감도 무턱대고 줄이기 보다는 승압에 따른 수용가의 안전도를 최대한 확보하고 중복된 투자나 낭비를 없애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일이 긴요하다.
이런 여러가지 고려는 시간을 필요로 할 수 있으므로 서두르지 말고 검토하되 승압비용의 분담은 합리적인 선에서 빠른 시일안에 매듭지어져야 할 것이다. 승압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정부이므로 모든 것을 업계에만 떠맡기려는 안이한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동시에 승압의 장기적 효과가 결국은 제품 「메이커」 의 이해관계로 직결되는 것이므로 업계에서도 너무 인색하지 말고 이 획기적인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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