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단 살찌우는 동양문학의 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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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국제문예원(International Literature and Arts Program) 원장이며 「아시아」각국의 문화를 미국사회에 소개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보리·R·크라운」여사가 내한, 7일하오「코리아나·호텔」에서 『미국의 문학작품에 비친 「아시아」』를 연제로 한 강연을 가졌다. 다음 글은 그 강연을 요약한 것이다.
미국은 19세기중엽부터 자체의 문학을 개발하기까지 줄곧 「유럽이 문학의 영향을 받았다. 자체문학을 개발하면서 미국문학의 관심이 「아시아」에 쏠리기 시작한데는 다음의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각대학이 정부등의 지원으로 한국 일본 중국 월남등 「아시아」지역의 문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며 둘째는 서부에 대한 관심이 한걸음 더나아가 동양에의 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며 셋째는 60년대에 일어난 획일주의에 대한 반발이 동양적인 생활양식에 관심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아시아」 각국의 문학작품, 특히 시가 번역이라는 과정을 통해 미국사회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시들은 미국의 현대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미국시민의 인식속에는 「아시아」에 대한 것이 뿌리깊이 박히게 되었으며 실제로 미국시속에는 「아시아」적인 흐름이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 「아시아」로부터 영향을 받은 시인의 작품 가운데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가장 많고 일본·한국·인도등의 영향을 받은 것들도 많다.
그러나 미국시가 이처럼 「아시아」의 영향을 받는 현상에 대해 『미국이 그 자체의 문학적 전통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일고있다.
어쨌든 최근 미국문단에서는 「아시아」의 문학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그 결과 미국시 자체도 많은 변모를 보이고 있다. 가령 미국시에서 전에는 운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아시아」시의 영향을 받으면서 기교적인 면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시 형태로의 변모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그 변모는 형태뿐만 아니라 내용에까지 파급되었다.
말하자면 미국시인들은 「아시아」시로부터 종래의 고상한 서구시 전통에 반대되는 것을 배워 자연에 나타나는 따뜻한 회화적인 요소를 발견했다. 중국시의 영향을 받은 시인으로는 「캐럴린·카이서」「아더·토바이어스」등을 꼽을수 있고 일본시의 영향을 받은 시인으로는 「필립·페일린」「데이비드·게르헤이터」「엘리자베드·아이리스」등을, 한국시의 영향을 받은 시인으로는 「로버트·바스티에스」등을 꼽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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