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경제|전병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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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자가 위나라에 갔을 때 재유 (염유)가 수레 채를 잡고 따라 간 일이 있다. 공자께서 『인구가 많군』하고 말하자 재유가 『인구가 많으면 어떻게 해야 되겠읍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공자께서는 『그들을 부하게 해 줘야지』라고 대답하셨다.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됩니까?』하는 재유의 물음에 공자께서 하신 대답은 『그들을 가르쳐야지.』
이 이야기를 통해서 유가 사상의 핵심이 「선 경제·후 교육」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때의 선후는 다만 순서를 나타낸 것이고 그 중요성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교육이 경제 보다는 더 우위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즉 공자의 사상은 교육을 위한 경제이지 경제를 위한 교육은 아니다.
공자의 이러한 사상은 미국의 인성론자 「마슬로」의 이론과도 부합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에는 욕구 동기와 성장 동기의 근본적으로 그 차원이 다른 두개의 삶의 동기가 있다고 한다. 욕구 동기란 인간의 삶을 단순히 생리적인 차원에서 유지시키려는 경향으로 경제 활동이 이에 해당하고, 성장 동기란 인간의 소질을 계발시키려는 경향으로 교육이 여기에 속한다.
결국 「마슬로」는 인간의 욕구 동기가 어느 정도 충족된 후에 성장 동기가 작동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 점에서 공자와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선 교육·후 경제 정책 및 경제를 위한 교육이라는 경제 우위 사상이 강조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공자 사상을 뒤집어서 삶을 거꾸로 설계하고 있는 셈이 된다.
요즘의 경제 성장 이론에서는 교육이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조건으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개인들도 장차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젊어서 공부를 꼭 해야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역현상은 우리 나라의 교육 과정에서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 교육 정책은 경제 정책에 예속되어 있는 실정이며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학생들은 돈벌이가 가장 잘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소위 인기 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 과외 수업까지 받는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 들어가서도 자아 실현에 도움이 되는 공부보다는 취직에 더욱 열을 올리는 한심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대 사회 속의 인간들은 성장 동기가 마비된 채 욕구 동기의 충족에만 급급한 단순히 잘먹기 위해서만 살고 있는 「경제적 동물」로 전락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다가는 우리 모두가 살 찐 돼지들이 되어 버리고 사람다운 사람은 허망한 꿈만을 쫓는 몽유병자로 취급돼 쫓겨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연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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