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방위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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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은 그동안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던 「달러」가치의 폭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통상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매우 과격하다고 합 수 있을 만큼 금리와 지준율을 올리는 한편, 대담한 기채방침을 선택했다.
이처럼 대담한 「달러」 방위조치를 강구하게된 배경에는 몇 가지 요소가 내재되어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이 이상의 「달러」가치 하락은 국제통화질서를 크게 교란시킬 염려가 있다는 판단, 산유국의 유가인상을 더욱 자극함으로써 세계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 「에너지」법안의 변질에 따른 수입억제 효과의 기대난, 그리고 국내물가 상승률이 10%선을 위협함으로써 물가와 「달러」가치의 악순환 과정이 파생될 염려가 있다는 것 등의 경제적 요인들이 작용해서 강력한 「달러」방위조치가 불가피했었다고 일단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곧 각국의 「달러」 가치에 대한 인식을 바꾸도록 하는 심리적 효과를 파생시킨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었다고 보겠으며, 「달러」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 하에 이루어지는 투기적인 자금이동은 이번 조치로써 일단 막아질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심리적 안정효과를 뒷받침하는 것이 1백50억 「달러」의 「스와프」협정 발동, 1백억 「달러」외화표시 기채, 30억「달러」의 IMF 차입 조치 등이다. 이들 차입 결정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달러」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금적 뒷받침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을 공인시킴으로써 투기유인을 사전에 봉쇄한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치는 실질적으로 평가한다면 심리요법에 불과한 것이며 오히려 앞으로 미국경제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가 관심의 초점을 이룬 것이다.
그런 각도에서 본다면 「달러」 방위조치의 실질적인 내용은 금리인상과 지준율 인상에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한다. 미국의 금융관례로 본다면 금리는 0.25%씩 인상하는 것이 통례이나 이번에는 그것을 일거에 1%나 올렸고 그 위에 지준율을 2%나 올린 것은 파격적인 단안이라 할 만한 것이다.
더우기 79년의 성장전망이 시일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는 싯점에서 강력한 국내물가의 안정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예외적이라 고 할만한 일이다.
이처럼 예의적이라 할만큼 강력한 조치가 단행되는 이유는 오히려 「인플레」진행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도 아주 무관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어떻든 금리를 인장하고, 지준율을 올린 이상, 미국경제는 성장률의 하향전망에 가속작용을 할 것이, 틀림없고, 그럼으로써 세계경제의 성장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러」방위조치가 결과적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던 요인의 하나에 제동을 가하게 되는 이상, 국제무역 환경은 이 조치가 발동되기 전보다 훨씬 어둡게 될 것은 뻔한 노릇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미국이 「달러」방위조치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동안 「달러」가치의 폭락은 대일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원가압력으로 반사됨으로써 우리의 국내물가압력을 가증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그러한 요인이 추가적으로 작용할 여지는 일단 막아질 것이나, 그 대신 우리의 수출환경은 훨씬 나빠진 것이다. 이들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79년의 한국경제에 어떻게 반사될 것인지는 지금으로선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79년 상반기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공산이 크지 않을 것인지 깊이 검토해서 미리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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