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되는 「공황」막기 위한 포석|미 카터 대통령의 「인플레」억제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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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은 오는 80년대 초에 경제공황을 맞아 큰 고역을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경제전문가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의 둔화가 여전히 계속되는 데다 미국인 누구나가 제1의 적으로 손꼽는 「인플레」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현저하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과거 10년 동안 미국의 연평균 「인플레」울은 6.5%였으나 「카터」행정부가 들어선 이후로는 연8%로 뛰어올랐고 특히 「카터」취임 직후 첫 8개월은 9.5%, 지난 3·4분기만 치면 11%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달러」학의 구매력이 격감되고 국민들의 불평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과거 20년 동안 미국 「달러」학의 구매력을 매 5년 단위로 살펴보자.
「아이젠하워」대통령 시절인 1958년 1백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케네디」의 63년은 94「달러」, 「존슨」의 68년은 83「달러」, 「닉슨」의 73년은 64 「달러」, 그리고 현 78년은 44「달러」로 뚝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터」가 24일 발표한 「인플레」억제 정책은 말하자면 「예상되는 공황」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 볼 수 있다.
「카터」는 그러나 임금과 물가인장을 자발적으로 규제해 줄 것을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했고 치솟는 「인플레」와 싸우기 위해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카터」는 또 이미 연방지출을 줄이고 고용을 동결하는 등 제반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그의 목표대로 내년 중에 「인플레」율이 6∼6.5%로 내려갈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자율이 너무 높다는 기업의 불평이나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 같은 또 다른 문제들이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터」의 「인플레」억제정책 발표 후 오히려 「런던」과 동경의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시세가 폭락했고·금값은 하루에 「온스」당 5.10 「달러」가 올라 2백30.90「달러」라는 사상최고를 기록한 사실 등은 미국경제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게다가 무역업자들이나 노조의 반발이 심하고 「월·스트리트」에선 『이제 미국경제가 쉽게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는 없어질 때가 됐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80년을 향한 경제공황이 이미 시작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또 공화당 측은 『「카터」행정부의 조치가 너무 미흡하고 너무 늦었다』면서 『「카터」의 제의는 2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몰아 붙이고 있다.
미국 언론의 반응도 대체적으로 신통치 않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악화된 「인플레」가 쉽게 해결될 전망은 보이지 않으며 이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카터」가 물가가 7%이상 오르면 그 오른 만큼의 액수를 근로자들에게 환불해 주겠다고 한 구장은 생산자의 돈을 거두어 비 생산자들에게 부리는 아주 비경제적인 착상』이라고 공격했다.
「블루멘덜」재무장관 등은 『우선 이 계획을 시행해 본 다음에 비만을 하라』면서 『실현도하기 전에 비판하는 것은 공정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반격하고 있다.
「미시간」대학의 교수 「리처드·커틴」같은 사람은 좀 더 색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그는 『「캠프데이비드」회담 이후 미국인들이 「카터」의 말을 경청하게 됐다』고 지적, 『이러한 중대한 변화는 일반 소비자와 노동자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따라서 「카터」의 계획은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카터」의 계획이 내년 3월에40만 회원을 가진 「팀스터」노조의 임금인상 때 첫 시험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조들의 움직임은 「카터」계획의 성패를 좌우하는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자발적인 제반조치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 미국 정부는 당분간 갖가지압력 수단을 쓸 것으로 전망되며 그래도 「인플레이션」의 억제전망이 불투명하면 강제규제 조치도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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