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체의 자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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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도 수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출업계가 몹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다.
무역협회가 수출상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출 애로사항은 자금압박, 물량·인력의 부족, 관세 환급절차의 복잡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이중에서 물량·인력부족은 우리 나라 수출의 구조적인 취약점이므로 이를 단시일 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때문에 무역업계에서도 당장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대금 지원의 확대와 수출 지원 행정의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무역업계가 심한 자급압박을 겪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강력한 금융 긴축으로 전 경제계가 어려움 속에 있지만 종래 긴축의 예외지대이던 수출 부문에 대해서도 수출 선수금 규제·수출 지원 폭의 감소조처가 강행됨으로써 더욱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금융 긴축이 최근 들어 급격한 「템포」로 죄고 있는데 대해 수출업계가 미처 적응을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반기에 연율 4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던 통화가 최근 들어선 17% 선으로 뚝 떨어졌다.
이러한 급격한 통화변동이 수출 및 경제활동에 큰 충격을 안줄 수 없는 것이다.
금융 긴축은 안정 기반의 구축을 통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안정기반의 구축이 급하다면 수출 등 모든 부문별 시책이 그런 기조로 재편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있다. 경제 안정을 우선으로 한다 하여 급격한 금융 긴축까지 강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5백억 「달러」를 달성할 때까지 수출 「드라이브」를 중단할 수 없다는 수출 강행 책이 계속되고 있다.
적자를 보더라도 수출을 계속하자는 구호아래 수출업체별로 수출독려가 성화같다. 그 반면 국내물가 안정을 위해서 주요품목의 수출이 느닷없이 금지되기도 한다.
사실 수출실적이 부진한 이유 중엔 수출 금지조처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국내 안정기조의 확보를 위한 수출 물량과의 부족과 통화 수축이 수출 강행책과 마찰을 일으킴으로써 수출 업계가 가중된 고통을 받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결국 정책조정이 미흡하여 부문 별 시책이 상위 된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
따라서 안정기반의 구축을 관철하려면 수출 목표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수출을 늘려야 한다면 급격한 금융 긴축에 대한 재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론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데서 경제 운용의 무리가 심화되고 이것이 무역업계의 방황과 고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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