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판의 대명사 서독「레클람」사|창설백50주 맞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세계에 걸쳐 문고판의 대명사로 불리는 서독의 「레클람」사가 오는 11월1일로 창조 1백50주년을 맞는다. 맥주 한잔값의 문고라는 기치로 출발한 「레클람」사는 지난 1백50년간 8천9백40여종의 출판기록에 무려 3억5천만권의 판매기록을 세우면서 독일문화의 산실로 기여했다.
때문에 「토마스·만」은 일찍이 『「레클람」없는 독일문화는 상상조차 어렵다』고 극찬했는가 하면 대부분 지식인들도 『「레클람」을 통해 학문의 길을 닦았다』고 술회하는 실정이다.
「레클람」사의 효시는 패기 넘치는 청년「안든·필립·레클람」이 현재 동독에 편입되어있는「라이프치히」에서 조그마한 출판사 간판을 내건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관 21세의 젊은 나이로 출판계에 뛰어들면서 『노래하는 독일』·『성경』등으로 계속 「베스트셀러」를 구가 더욱 1859년 12권으로된 「셰익스피어」희곡전집을 다른 출판사보다 5분의1의 저렴한 값으로 내놓자 「레클람」사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전국에 떨치게 되었다.
하지만 「레클람」사의 보다 큰 공헌은 창립39년후인 1867년에 시작된「유니버설」문고로부터 비롯된다. 「괴테」로 부터 「괴히테」에 이르는 온갖 분야의 서적이 맥주 한잔의 저렴한 값에 어느 주머니에도 넣고 다닐 수 있는 소형으로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창업주 「레클람」의 책값에 대한 깊은 관심은 문고 시작후 세계대공황이 한창인 1977년까지의 49년간 권당 20「페니히」의 가격을 고수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입증이 충분하다.
1867년 정부가 고인의 저작권을 철폐하자, 단3일만에 무려 40여권의 책을 출판했는가 하면 1911년에는 역·식당·「호텔」등에 2천개의 판매대를 설치하는등 다채로운 역할을 보였다.
42년까지 7천5백종 2억7천5백만권의 판매실적을 올린「레클람」왕국도 46년 소련군의 진주로 종지부. 그러나 불과 1년만에 서독「수트트가르트」로 옮겨 오늘날까지 1천4백40여권을 출판하는등 「레클람」문고는 번창일로일 뿐이다.
권당 1「마르크」60「페니치」(한화 약3백84원)짜리 「레클람」문고가 대량으로 판매되는한 서독사회는 밝을 수밖에 없겠다.【본=이근양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