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션·아파트 경기|일본서도 한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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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맨션·아파트」로는 딸을 줄 수 없네. 손바닥만한 뜰이라도 있는 단독주택으로 바꾼다면 허락하지』 -.
한 일본의 중년「샐러리맨」 K씨가 「맨션·아파트」를 준비해 왔으니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딸의 신랑감에게 선언한 말이다.
박봉에 시달리며 20여년 걸러 간신히 장만한「맨션·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버지는 「맨션· 아파트」 가 싫어졌던 것.
이것은 그럴싸한 우스개 얘기지만 요즈음 일본에서는 「맨션·아파트」 탈출을 피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지난 몇 햇동안 너도나도 식으로 일본열도를 휩쓸었던「맨션· 아파트」 「붐」이 점차 시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아파트」 에 대한 기피 현상이 계속된다면 2년후 쯤에는「아파트」 경기가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기피현상이 일고 있는 것은 「아파트」의 기능이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 「아파트」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아파트」에 대한 불만은 무엇 보다도 「아파트」가 「영주할 수 있는 주택으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도시적이고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아파트·붐」 이 일었으나 가족이 늘어날 경우 생활 공간이 비좁아져 오히려 불편이 더 심해진다는 것.
또 어린이들이 「발코니」에서만 맴돌고 있는 것도 부모들에게는 가슴아픈 일이라는 것. 그래서 정원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터가 딸린 단독주택을 원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일조가 적고 주변의 소음이 심한 것도 「아파트」탈출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아파트」 탈출을 뒷받침하듯 요즈음「아파트」차입금의 일괄 상환 경향이 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단독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의 공급과잉에다 「아파트」탈출 단독주택 구입 현상이 늘어남에 따라 과연 몇 년후에 중고「아파트」 가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가 의심스럽다는 우려마저 부동산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동경=김두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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