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기반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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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보완적 협력 관계가 원활히 이뤄져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경제가 성장하고 중화학공업화가 추진될수록 「피라밋」의 저변같은 건실한 중소기업들의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인력난 등으로 심한 경영압박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존립기반을 잃어가는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은 경제적으로 큰 역할을 할뿐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드 높다.
중소기업이 전체기업에서 점하는 비중은 사업체수에서 95%, 종업원수에서44%, 생산액에서 30%선에 달한다.
따라서 국민경제의 고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중소기업의 체질개선이 필수적인 전제라 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우리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공업화학, 그 중에서도 기계·전자공업등엔 중소기업의 계열적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현 중소기업의 실정이나 가고 있는 추세가 희망적이라고는 결코 할 수 없다.
전근대적 시설과 기술, 또 취약한 재무구조 때문에 낙후 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은 산업발전의 부담이 되그 있다. 중소기업들이 전문화·계열화로 독자적인 활로를 찾지 못하고 대기업들에 계속 흡수·합병되는 사태를 빚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존재기반을 잃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근본적으론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지원이 미흡, 대기업과의 보완관계의 불원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최근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고도성장 기조아래 상대적인 푸대접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쉽게 말해 금융긴축이 강행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쪽도 역시 중소기업이다.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비례하여 사회적 분업이 증대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만족스럽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중소기업의 시장 중 기업간 거래는 24%에 불과하고 총 중소기업중 수주기업의 비중은 16%정도다. 한마디로 말해 대기업과의 계열화·전문화가 이뤄지지 않아 중소기업이 설 땅을 잃고 있는 것이다.
78년 중소기업 백서에 의하면 중소기업 수주 생산의 애로점으로 낮은 단가와 대금지급 지연을 압도적으로 들고 있다.
또 발주 업체로부터의 지원 상황을 보더라도 중소기업에서 가장 긴요한 자금지원과 기술 및 경영지도를 받고 있는 업체는 9%에 불과하고 전체의63%가 일체의 지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정부로부터도, 또 대기업으로부터도 거의 방목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취약한 구조의 중소기업이 이런 정책적 무관심 속에 발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살아 남는 것조차가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중소기업 문제는 중소기업이 설 땅을 마련해 주어 이를 계속 보살펴 가는데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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