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을 휘젓는 생소한 용어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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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라는 다소 생경한 낱말이 문단을 어지럽게 난무하고 있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는 본래「스탈린」의 제창과 「고리키」의 지도에 의하여 1934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문학의 창작방법이다. 이것의 이론적 배경은 사회주의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파악하여 낡은 사장을 비판하며 계급대립이 없는 새로운 사회를 위한 투쟁을 포함하는 혁명적인 「로맨티시즘」을 내포한다. 「사회주의」이론은 그렇지만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이론은 이론 그 자체로는 꽤 그럴듯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
원로작가 김동리씨가 제기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경향이 논란되고있는 까닭은 김씨가 『일부 비평가들이 추켜세우는 작품들이 지정한 의미에서의 사실주의가 아닌, 다만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 우리문학은 인생이나 종교나 철학 같은 것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정치성·사회성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그 하나는 과연 오늘날 우리문학의 흐름을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라는 한마디로 뭉뚱그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문학작품이 정치성·사회성을 강조했다하여 그것을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 첫째 문제에 대해서는 오늘날 우리 문단에 존재하는 일부 「리얼리즘」문학이 사회주의적인가 아닌가를 따져야 한다. 둘째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경제현상 같은 현실문제가 작품에 나타날 경우 사회주의 여부의 경계를 어떻게 그어야 하는가를 따져야 한다.
문학 논쟁은 바람직한 것이 있고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 있다. 물론 결과로 나타난 현상으로써 판가름되는 것이지만 바람직한 논쟁이 되기 위해서는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모두 진지하게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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