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지방 고유민속 『원님놀이』60년만에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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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관(관)의 억압에 항거해서 주민들이 직접 원님을 뽑고 선정을 누린다는 내용의 강원도 삼척 지방고유민속「원님놀이」가 60여년만에 재현돼 올 전국대회에서 첫선을 보이게됐다.
삼척군이 향토문학계승에 뜻을둔 삼척공전 김일기교수(50·역사학)에게 맡겨 지난 봄부터 발굴한「원님놀이」가 오는 10윌19∼21일 춘천에서 열리는 제19회 전국 민속경연 대회에 강원도 대표로 뽑힌 것이다.
일명 「사또놀이」·「답교놀이」로 불리는「원님놀이」는 고려시대부터 음력경월 대보름날을 기해 마을에서 제일 숭앙받는 사람을 원님으로 선출, 원님행차를 한후 주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게하는 일종의「민선(민선)원님 모의재판」놀이.
삼척군 배평읍을 중심으로 성행된 이 놀이는 연중행사 중 최대축제였다.
민선 원님은 육방관속을 거느리고 10리가 넘는 삼현육각의 풍악행렬이 뒤따르는 가운데 마을을 돌며 탐관오리와 범법자를 징계, 백성들의 분노를 달래 주는 놀이였기 때문.
특히 이곳 원님놀이는 경북지방에서 서당학동들이 중심이된 사회정의구현의 놀이와는 달리 온 주민의 참여로 보다 폭넓은 의미가 담긴것이 특징이다.
놀이는 먼저 행렬이 민선원님댁에 가서 그를 수령으로 모시는 가면극으로부터 시작된다.
원님이 가마에 오르면 마을을 진동하는 풍악속에 지신밟기의 「길놀이」가 벌어진뒤 좌·우로 정렬한 욱방관속이 원님에게 신고하는「부임놀이」로 무르익는다. 원님이 마을을 돌며 민정시찰로 탐관오리에게 벌을 줄때는 희비극을 연출, 놀이가 절정에 달한다.
김교수는 이 놀이가 인기가 있었던 것은 이조시대 전제관청의 억압에 눌린 백성들이 잠시나마 이 놀이를 통해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원리가 담긴 이 놀이는 서기 1922년까지 전승됐으나 그후 사라지고만 것.
20세때 북평읍 송정리 원님놀이에서 사령역을 맡았었다는 홍종원옹(76)은 『당시 원님은 3개 마을에서 각 l명씩 가장 존경받는 사람 또는 문중돌림으로도 뽑아 지휘했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삼척군은 이를 계승키위해 1천1백 만원의 예산을 들여 농악대등 1백여명으로 「원님놀이」 민속단을 구성, 전국대회에서 상위입상을 노리고 있다. 【삼척=탁경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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