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과정서「식품」대접 못받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어린이들의 번데기 집단중독 참사는 항상 사고의 위험을 안고있는 식품행정의 헛점이 터졌다는데 문제가 있다. 번데기의 비위생적인 처리 및 허술한 유통과정이 여러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으나 당국은 단속법규가 없다는등의 이유로 외면만 해왔으며 이 때문에 이런 불량식품이 대량으로 나돌게된 것으로 밝혀졌다. 번데기는 전국53개 생산공장에서 연간 8천여t을 부산물로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의 비위생적인 처리.
경찰조사결과 문제의 번데기는 경북봉화군 중앙생사봉화공장에서 방출된 것. l백도이상의 끓는 물에서 생사를 모두 뽑은 고치는 10분 거리의 봉창상회(주인 곽동윤)로 옮겨져 탈수기에 넣어 물기를 뺀뒤 열기를 식히기 위해 마당선반에 두 시간쯤 널어놓는다.
60평 남짓의 봉창상회는 높이 l.5m쯤의「블록」담을 사이로 논·밭등이 둘러 싸여있기 때문에 탈수과정과 냉열 과정에서 농약이나 불순물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봉화공장 번데기도 정부미부대에 넣어 영주역에서 야간 열차편으로 청량리역으로 탁송돼 도매시장인 경동시장을 통해 일반소매상에 넘어가고 있는데 용기인 정부미부대는 일반인들이 여러번 사용한후 시중에 내다 파는 것들이 많은데다 탁송과정에서도 식품으로 취급되지 않고 일반화물간에 내팽개쳐져 변질은 물론 농약이나 화공약품등 이 물질과 혼합될 염려가 많았다.
또 번데기가 생산공장에서 도매상의 손에 운반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가장 빠를경우 20시간 걸리나 공장에서 역까지 용달차로 실어보낸후 열차편으로 탁송하는 수송과정에서 하룻밤정도 역에서 묵을 경우도 있어 일부 상인들은 부패를 막고 번데기를 부드럽게 하기위해 「포르말린」등 방부제를 섞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명호 교수(연세대보건대학원)의 말=당국의 규제조치가 제대로 돼있지 않은 것 같다. 시중에 널려있는 불량식품들에 대해서는 수시점검해야되며 이를 위해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또 관계부처간의 협조도 필요하다. 번데기 같은 자연식품은 사료나 약용으로 쓰고 식용으로 시중에 마구 나돌지 않게하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문창극·엄주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