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짐짝에 가려 『백·미러』구실못해| 택시조합 여직원이 7개월 추적끝에 결론|당국서 시정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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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75.2%를 차지, 대형사고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물「트럭」의 잦은 사고원인이 화물을 무리하게 실어 후사경(백·미러)이 기능을 상실한 때문이라는 사실이 20대 미혼여성의 7개월간에 걸친 추적끝에 밝혀져 내무·교통부등 관계당국이 이의 시정을 관하 경찰과 각 운송조합등에 내리게까지됐다.
『사고의대부분이「백·미러」의 기능상실 때문』이라는 사고분석은 아주 평범한 것인데도 지금까지 교통사고전담 경찰관이나 교통관계전문가들까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한 시민의 끈질긴 고발정신의 승리였다.
경부·호남고속도로를 무려 7개월간 오르내리며 사고원인을 관찰한 전혜옥양(26·서울 「택시」조합사원·서울 마포구 공덕2동 150의3)은 『곡예하듯 마구 달리는 차들을 볼때마다 불안과 함께 「인명재천」이 아니라 「인명재차」라는 생각이들어 고속도로 사고원인을 추적하게 됐다』고 했다.
전양이 고속도로 화물차관찰에 나선것은 지난2월.
전양은 주위에서 날마다 일어나는 교통사고로 숱한 인명피해와 더불어 유족들의 슬픔을 볼때마다 가슴이 저려왔고 거기다 전양의 삼촌 전동근씨(사고당시50세)가 안양에서 교통사고로 숨졌을때 큰 충격을 받았다.
『한 여자의 작은 노력이라도 교통사고를 막는데 기여해 보자』고 결심, 전양은 이때부터 틈나는대로 고속도로를 찾아나섰다.
지난2월 전양이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가던 길이었다. 「버스」가 막 앞서가던 짐짝 「트럭」을 앞서려고 추월선으로 「핸들」을 꺾는 순간, 「트럭」도 앞서가는 차를 추윌하려고 추월선으로 갑자기 뛰어들어 하마터면 충돌할뻔한 아찔한 일이 있었다.
전양은『고속도로 사고원인이 바로 이런데 있구나』하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전양은 혼자서 부산·강릉등 전국고속도로를 찾아 길목에 지켜서서 화물자동차의「백·미러」기능상실여부를 조사했다.
고속「버스」를 타면 맨 앞자리승객에게 사정얘기를 한뒤 앞자리에 앉아서 주행차량에 대한 관찰을 했다.
전양은 찌는 여름의 피서도, 일요일도 잊은채 조사를 거듭했다.
그결과 경부 고속도로에서 관찰대상차량 5백57대 가운데 30m뒤에서「백·미러」를 볼수 없는 차량이 52%인 2백90대, 호남고속도로에서는 4백6대 가운데 57%인 2백31대, 경인고속도로에서는 61%인 2백27대, 서울시내에서는 1백41대가운데 50%인 71대가 화물을 무턱대고적재, 「백·미러」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문에 화물「트럭」은 좌우·뒤쪽을 볼수없어 차량충돌사고의 원인이 되고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전양은 또 고속화물 운전사 1백40여명을 일일이 만나 그 이유를 물은 결과 대부분의 운전사들이 『고용주인 화물운송회사와 화주들의 강요로 위험한줄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무리하게 화물을 싣는다』는 말과 함께『「백·미러」의 기능상실로 사고위험에 대한 초조와 이로인한 정신적 과로가 사고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실토를 들었다.
전양은 이런 사실을 토대로 화물자동차의 화물적재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차량간의 주행거리 확보를 보다 철저히 지키게해줄것을 교통부·내무부등 관계부처에 건의, 지난달 29일과 30일『세밀한 분석결과를 알려준데 대해 감사한다. 즉각 시정하도록 각 시·도경 국장에게 지시했다』는 내용의 회답을 받았다.
한 여자의 끈질긴 집념이 결실을 볼 것이다.
전양의 눈에는 시민의 뚜렷한 고발정신과 환경개선을 위한 의지가 서려있었다. 【김종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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