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銀 "옛날같지 않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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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의 돈벌이가 예전같지 않다. 전체 자산을 굴려 얼마를 벌었는가를 보여주는 총자산순이익률(ROA)이 사상 처음으로 국내 은행에 뒤졌다. 또 국내 총예금 중 외국계 은행에 들어있는 예금의 비중은 2%선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이 국내에 진출한 35개 외국은행 지점(56개)의 지난해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2천8백65억원으로 전년(5천5백42억원)보다 48.3%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5조8백37억원)이 그 전해보다 3.7% 줄어드는 데 그쳤던 것과 비교해 매우 부진한 실적이다.

이에 따라 외국은행 지점의 ROA는 0.51%로 전년(1.08%)의 절반 이하로 낮아져, 국내 은행들(0.60%)보다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국계 은행들이 고전한 것은 외환.금리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에서 대규모 투자손실(5천3백6억원)을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외국계 은행들은 대부분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했는데, 시장 움직임이 반대로 나타나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다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또 국내외 금리차가 거의 사라진 가운데 외국계 은행들이 전통적으로 우위를 점해온 가계 신용대출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수익성이 나빠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외국 은행들이 거둔 대출이자는 6천5백47억원으로 전년보다 45.1%나 감소했다.

금감원의 안종식 은행감독국 경영분석팀장은 "외국계 은행들은 2001년 국내 은행들이 대폭 흑자로 돌아선 상황에서도 순이익이 줄어 2년 연속 순익 감소세를 보였다"며 "이는 외국계 은행들이 해외에서 싼 금리의 자금을 들여와 국내에서 높은 금리로 굴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외국 은행들의 1인당 당기순이익은 1억5백만원으로 여전히 국내 은행들(5천6백만원)을 크게 앞질렀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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