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심고온 「봉산탈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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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가면극연구회의 봉산탈춤공연단(단장 이두현) 일행 19명이 3개월에 걸친 「유럽」순회공연을 마치고 13일 귀국했다. 이들은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60여회의 공연을 가져 큰 성과를 거두었다. 다음 글은 본사 「파리」주재 주섭일특파원이 보내온 「유럽」공연소식. <편집자주> 한국고유의 민속을 서구방방곡곡에 선보여 대성황을 거둔 봉산탈춤의 성과는 무엇보다도 한국이 전통문화를 간직한 민족임을 서구인들의 마음깊이 심어놓은 점일 것이다.
특히 배금주의를 생리적으로 거부하는 「프랑스」 인들에게 있어서 우리 탈춤은 하나의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우리의 문화를 재인식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지난 8월12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의 지방도시 「콩프랑」에서 열린 세계민속제전에서 봉산탈춤단은 지방신문 「샤랑트」지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이번 봉산탈춤은 서구인들의 이해를 쉽게하기 위해 대사를 거의 빼고 무언극화했고 춤 위주로 변형시켰다. 또 이것은 이미 서구에 널리 알려진 일본의 「가부끼」(가무기)나 중국의 가극과는 완전히 다른 한국 고유의 민속임을 서구인들에게 알려주었다.
한 지방신문은 「가부끼」나 중국의 「오페라」들이 지배계급의 비호 아래 부촌에서 전개되고 있을때 한국의 가면춤「드라머」는 보호를 철회하도록 설득하는데 성공을 거둔후 시골이나 촌락에서 전개되고있다』고 소개했다.
사실상 일본과 중국문화만이 동양문명으로 알고 한국을 잘 몰랐던 서구인들은 연극적 전통을 오랫동안 간직해온 우리민속·민중예술을 발견하고 놀랐던 것이다.
「콩프랑」 민족제전에서 낮공연에 8천여명·밤에는 3천여명, 「가나」 민속제에서도 (7월22일∼30일) 매회 2천여 관중의 갈채를 받았다.
14일 「파리」공연을 마지막으로 서구공연의 막을 닫은 봉산탈춤단은 「프랑스」에서만도 「콩프랑」「오 로 릉」「바욘」 「가나」 등의 민속제외에 「바랑스」를 비롯한 11개도시를 돌았고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민속제에 참가했다.
또 「스위스」와 서독의 5개 도시를 순회한 대장정을 한 셈이다. 동구인「불가리아」민속제 참가에 실패하기도했으나 소련 민속예술단과 「프랑스」에서 깊이 사귀어 민속교류의 길을 열게 된 가능성은 막후의 소득이 된다.
한소민속단의 교류를 「뉴스」에 민감한 「프랑스」기자가 「카메라」로 잡아 특종으로 보도한 「에피소드」는 탈춤단의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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