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 「지원」은 없고 「지시」만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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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잇단 교육계의 불상사로 교육풍토에 대한 매질이 심하다. 20만 교육자의 단체로 교사의 말을 대변하는 교련(회장 이선근)이 이 같은 문제의 근원적 처방을 들고 나와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13일 청주교대에서 가진 「교육논단」에는 이상주(서울대) 김영식(서울대) 윤형원(충남대) 박사가 참가, 『교육풍토의 재정비』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정부에선 지시만 있고 사회에선 방관만 하다가 잘못 되기만 하면 교육을 매질만 해대는 풍토는 고쳐져야겠다고 했다.
교사가 얼마만큼 벅찬 과제를 안고있는가에서 말을 시작한 이 박사는 급격한 변천과정 속의 한국사회는 전반적 문화나 가치 체계가 혼란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혼란은 전혀 거름이 없이 학교로 밀어닥치고 이 벅찬 일을 사회나 정부는 보고만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회적 가치관의 혼란을 정리해서 교육에 반영시키겠다는 노력이나 지원은 없이 교사는 모든 것을 다 해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했다.
현대에 오면서 학교가 학과지식 전수 외에 사실상 기초생활기능이나 도덕적 품성개발에는 거의 무능함에도 교육에 관한 한 학교에 「도급」을 주고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판치고 있다고 이 박사는 비판했다.
「매스·미디어」가 생활의 내면까지 흔들어 놓고, 교문 밖을 한 발짝만 나서면 성인들의 눈에도 아찔한 광경이 벌어지며, 가족과 사회의 해체현상이 나날이 늘어가는데 학교만이 이모든 사태의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김 박사가 정부나 사회의 지원체제를 새삼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생각에서다.
근본적으로 사회는 교육이 제대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기본요소를 공급해줄 책임이 있다. 사회의 유지와 발전이 모두 교육에 매달려있기 때문이다.
교육기능에 봉사한다는 교육행정에서도 근본적 개선이 시급한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교육행정을 「다스린다」는 일로 생각하는 의식 구조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겠다고 김 박사는 보았다. 남을 가르치고 교육한다는 직업은 이래라 저래라 지시 명령받는 것을 모욕으로 생각한다. 「다스리기」에만 맛들인 오늘의 교육행정은 교사를 피동적 소극적 인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의 뜨거운 정열을 빼앗아 버렸다고 김 박사는 말했다. 이런 상태가 오래 계속된다면 무거운 짐이 더욱 무거워진다. 지원체제 재정비가 없을 때 앞으로의 교육은 어떻게 되겠는가는 심각한 문제라고 윤 박사는 덧 붙였다. 교사의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사회적 위신이나 명망이 효과적으로 유지되지 못할 때. 그 사회는 발전이 그치거나 위협에 직면하게된다고 윤 박사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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