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엿보기] 아파트 브랜드 경쟁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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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울 마포구에 3백~4백m 거리를 두고 나란히 있는 용강동 A아파트와 대흥동 B아파트. 둘 다 20~50평형대로 크기가 비슷하고 지하철 5호선 마포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다.

단지 규모에서는 B아파트가 1천9백92가구로 A아파트(4백30가구)의 4배가 넘는다. A아파트가 지난달 입주를 시작했으며 B아파트는 1999년 말 완공됐다.

하지만 가격은 많이 벌어져 있다. 30평형대가 1억원, 40평형대는 1억5천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B아파트 43평형이 4억~4억4천만원선이고 A아파트 41평형은 6억원까지 나간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자은 브랜드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A아파트 브랜드가 시장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가치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올 들어 주택업체 간 브랜드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일반 아파트의 경우 삼성물산은 래미안을 계속 고수하고 있는 반면 대우건설.LG건설 등은 지난해 말부터 각각 푸르지오.자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았다. 다른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새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업체들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브랜드 홍보에 매달린다. 소비자들도 브랜드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안다.

때문에 업체들에 새 브랜드로 바꿔달라는 입주 예정자들의 요구가 쇄도한다.

업체 측도 새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분양할 때의 이름을 지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삼성물산이 그랬고, LG건설은 올해부터 입주하는 아파트에 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있다.

대우건설은 아직 외벽 공사를 하지 않은 단지부터 푸르지오로 페인트칠할 방침이다. 4월 말 경기도 안산 신도시에 입주하는 아파트부터다.

이름만 바뀌었는데도 가격이 뛰는 상황에서 브랜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초동 삼성래미안은 분양가보다 최고 1백80% 오를 정도로 브랜드 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경기가 좋든 나쁘든 명품의 인기는 올라가듯 아파트에서도 브랜드별 차이가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길은 광고보다 품질이기 때문에 업체들은 좋은 아파트를 짓는데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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