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한 김재한, 우아하게 두「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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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화랑이 진땀을 흠삑 흘렸다. 「말레이지아」에 2-0으로 「리드」 당해 패배 일보직전에 이르렀다가 극적으로 2「골」 을 만회, 기사회생한 것이다. 지난 8월 「메르데카」대회에서 전승 우승을 구가함으로써 최소한 동남아에선 명실상부한 무적이 되었노라고 호기를 부리던 화랑이 그 자만심에 수치스런 먹칠을 한 셈이다.
첫날 짓궂은 비에 젖었던 제8회 박대통령「컵」쟁탈 국제축구대회는 사흘째인 11일 화창한 하늘과 청량한 대기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축복을 받는 가운데 부산 구덕경기장을 가득 메운 3만5천여 관중의 열광적인 함성에 파묻혀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런데 화랑이 뜻밖의 부진에 허덕여 안타까움을 샀다. 이상하게도 화랑은 금산에 오면 「플레이」가 영 좋지 않다.
화랑은 예상대로 전반시작부터 「말레이지아」 진영을 일방적으로 압박했다.
전반2분 이영무의 총알같은 중거리「슛」을 시작으로 「말레이지아」 문전에는 진홍의 화랑「유니폼」이 좌충우돌, 길길이 날뛰었다.
그런데도 「스코어」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치달았다.
전반9분 「말레이지아」가 모처럼 공격으로 나왔을 때 CF인 장신「로즈·마이니」(10번)가 화랑의 좌측「골·라인」에서 4∼5m 떨어진 사각으로부터 쏜 기습「슛」이 「네트」에 적중, 화랑의 낙승을 기대했던 「스탠드」에 찬물을 끼얹었고 후반 2분께 교체FW「압둘라」(9번)가 조형중의 「헤딩」실수를 틈타 무방비의 단독「대시」로 가볍게 「골」을 추가, 만장한 관중의 가슴에 칼을 꽂는듯한 아픔과 분노를 선사했다.
처음엔 GK김황호, 두번째엔 「스위퍼」 조영중, 모두 수비의 최후보루가 천려일실의 허를 드러낸 어처구니 없는 수비난조였다.
반면에 용단폭격을 방불케하는 화랑의 무차별 총공세는 노련한 「스위퍼」「소친온」을 중심으로 한 「말레이지아」의 활력넘치는 밀집방어를 좀처럼 궤멸시키지 못했다.
후반 27분 화랑에 행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말레이지아」의 「페널티」지역 약간 좌측에서 얻은 「프리커」을 조광래가 슬쩍 옆으로 밀었을 때 김재막이 분명히 문전으로 「센터링」한 줄 예견했는데, 전혀 힘이 없는 「볼」은 절묘하게도 「커드」와 「드롭」을 함께 섞은 마구로 변해 슬그머니 「골」문의 귀퉁이를 스치며 「골인」, 화랑을 용기백배케 한 것이다.
과연 화랑의 맹공은 이때부터 재차 「말레이지아」진영을 초토화 하다시피 했고 약10분만에 역시 김재한이 박상인의 「어시스트」를 받아 기어이 「러낭·슛」을 성공, 극적인 「타이」를 이뤘다. .
수훈의 김재한,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거한은 축구선수로서는 드물게 화려한 말년을 장식하고 있다.
한편 이날 미국의 「디플로매츠」는 「바레인」에 3-2로 이겨 1승1패를 기록했다.
나란히 1승1무로 예선A조의 선두를 달리고있는 화랑과 「말레이지아」는 13일 각각 「바레인」 「워싱턴·디플로매츠」 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해도 결승 「토너먼트」에 올라간다.
또 12일에는 충무가 전주에서 「인도네시아」와 2차전 (하오3시45분)을 「브라질」-태국 (하오2시) 경기에 이어 갖고, 광주에서는 「멕시코」-미「올림픽」대표경기 (하오3시)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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