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담으로 날지새는 상식밖의 각국 드라머|"어린이성격 TV가 만든다"는 경고 기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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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 우리 TV「드라머」들은 마치 혼기닥친 딸 둔 집안처럼 혼담으로 날이 지고 샌다.
KBS의 『자매들』, TBC의 『그리워』, MBC의 『청춘의 덫』 모두 바쁘게 결혼 얘기가 오간다.
TBC의 『언약』은 「드라머」 속에서 네쌍이 결혼했고 얼마전에 끝난 MBC의 『당신』에선 4남매가 잇달아 결혼한 기록도 있다.
이들 연속극들을 보고있으면 과연 결혼은 인륜지대사구나 싶다. 결혼을 통해 요즘 젊은이들의 가치관이나 의식세계를 더듬어 보자는 의도라면 잦은 결혼 얘기가 구태여 흠이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얽히고 설킨채 극의 진행이 마냥 늘어지고 있는 『자매들』도, 현대판 「신데렐라」를 꿈꾸는 「호스티스」의 순정(그리워)도, 한 세대전에나 있었음직한 순진가련녀의 청승(청춘의덫)도 모두 현실과 상식에서 많이 벗어난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게 길다.
이에 비하자면 9일밤 『KBS무대』-「신문에 안난 얘기』는 불과 50분 동안에 우리 사회의 결혼관을 극명하게 보여준 깔끔한 작품-사람 아닌 조건과 결혼하는 요즘의 세계를 신랄하게 보여주면서도 오염되지 않은 젊음을 대비시킴으로써 「드라머」의 짜임새를 높였다.
다만 전반부의 군더더기 없이 빠른 진행에 비해 딸의 가출이후가 다소 설명조여서 사족처럼 되어버린 것은 아쉬운 일.
□…세계여기자및 작가협회 서울대회의 『대중전달매체와 어린이 교육』이란 주제는 평범한 가정주부들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갖게 한다.
미국의 4∼6세 어린이의 44%가 아빠보다 TV를 더 좋아하고, 한 어린이가 태어나서 18세까지 자라는 동안 받는 학교 수업이 1만2천시간인데 비해 TV시청시간은 2만∼2만2천시건이란 놀라운 보고가 「강건너 불」만은 아닌 때문.
아빠보다 더 좋고 선생님보다 훨씬 영향력이 큰 TV가 대리자로서의 역할을 비슷하게라도 해내고 있지 못한 데 문제는 크다.
남을 골탕먹이고 즐거워 하는 악동의 만화영화나 허황되고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모험극의 TV「세트」속으로 빨려들어갈듯 열중해 있는 어린이들을 보면 『어린이의 성격은 TV가 만든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없어도 문득 무서워진다. 「엠리히」 박사의 지적처럼 『작은 사람(어린이)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돈도 적게 드는 줄로 잘못 알고있는』 방송종사자들에게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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