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력 저변의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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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세계 14개국의 기능공 2백 4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24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우리선수들은 금「메달」 22, 은「메달」 6, 동「메달」 33개 등 세계 전종목 입상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면서 2연패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 청소년 기능공들의 기량이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서독·영국·「프랑스」·일본 등을 꺾고 「기능 한국」을 전세계에 과시한 쾌거는 공업입국의 기치아래 중화학공업화를 서두르고 있는 우리로서는 매우 뜻 있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중공업분야 직종인 기계조립·선반·「밀링」·정밀기기 제작 등 기계분야 6개 직종 전부와 배관·「가스」 용접·판금 등 금속분야 8개 직종 중 7개 직종 등 14개 종목에서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공업한국의 「이미지」를 만천하에 과시했음은 우리 나라 산업의 밝은 앞날을 암시해주는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공업국으로 치닫기 시작한 이래 아직 짧은 연륜밖에 경과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놀라운 기량을 과시한 것은 전적으로 우리 선수단의 강인한 정신력의 소산이었다고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이러한 혁혁한 성과는 가난한 집안사정 때문에 상급학교에 진학치 못해 실의와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그 밖의 많은 청소년들에게도 새로운 사명감과 용기와 긍지를 심어주는 훌륭한 귀감이라 해서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재질을 세계 정상의 수준에까지 키워나간 젊은 기능공들의 인내와 그간의 각고에 우리는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으며 아울러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저, 과학 기술과 기능역량의 밑받침 없는 경제발전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들 기능공들이야말로 경제발전의 진정한 역군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뛰어난 솜씨를 가진 정예기능공을 정점으로 한 전반적인 기능인력 저변의 확대야말로 국가발전의 직접적인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 않겠는가.
양질의 기능공을 양성하기 위해 공고와 직업훈련소의 증설, 우수 실습교사의 확보, 충분한 실습장 마련 등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지만 이와 함께 기능과 기능인에 대한 국민의 깊은 이해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근자 기능 존중, 기능 우대 풍토가 서서히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우리사회 밑바닥에 잠재해 있는 전통적인 기능 천시풍조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단연 일신되어야 하겠으며, 이는 누구보다도 기업인 스스로가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대회를 위해 준비와 진행을 맡은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를 비롯한 관계에게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메달리스트」들에게도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자칫 지나친 우월감과 갑작스런 영광에 도취돼 더 정진을 하지 못하고 정체와 좌초를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날로 새로와 지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겠으며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학교나 직장의 어른들도 더욱 힘껏 보살펴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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