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마음은 똑같은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얼마전 판문점에서 북괴의 도끼만행에 희생된 「보니파스」 소령의 미망인과 3명의 자녀가 한국에 왔다는 신문기사를 읽으신 어머니는 『비록 인종은 다르지만 여자의 마음은 똑같다』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32년전 만주에서 해방을 맞은 저희 부모님은 추위와 「로스케」(소련군인)에 쫓기며 오솔길로 숨어가며 조국을 찾아 남하하셨다고 한다. 남하도중 아버님은 병약한 몸에 피로가 겹쳐 병을 얻어 결국 황해도 해주에서 객사하셨다.
당시 어머님은 어린7남매를 껴안고 통곡을 하시며 계속 남으로 내려오셨다.
그후 온갖 고생을 겪어가며 어머님은 우리 7남매를 훌륭히 길러 제몫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셨다.
요즈음 우리 7남매들은 어머니가 남은 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어머님은 자신의 소원은 속히 남북통일이 되어 아버님이 묻히신곳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늘 말씀하신다.
작년 추석에도 문산에 있는 임진각엘 가셔서 해방당시 건너온 다리쪽을 바라보시며 옛날을 회상하셨다. 어머님은 「보니파스」소령미망인의 기사를 읽으시고는 남은 수만리 떨어진 곳을 찾아와서도 남편이 숨진자리를 돌아보는데, 자신은 지척에 두고도 찾아볼수 없음을 크게 통탄하셨다.
우리형제들도 하루속히 통일이되어 어머님을 모시고 아버님이 돌아가신 곳을 찾아볼수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