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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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독의 연방수도 「본」에 흑색선전이 범람하고 있다. 양독간은 물론 때로는 「본」에 있는 각국의 지하조직이 심심찮게 흑색선전을 일삼아 이곳 외교가에는 언제나 희비 쌍곡선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본」에 있는 「체코」 지하조직이 소련을 상대로 벌인 흑색선전의 한 토막.
지난 18일을 전후해서 「본」에 체류중인 서독정계의 요인과 각국의 특파원, 그리고 외교관들에게 괴상한 초대장이 배달되었다. 나에게도 의젓하게 이름이 적힌 초대장이 왔다. 「팔리나」주독 소련대사 명의로 「체코」봉기진압 10주년 「리셉션」을 개최하니 필히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초대장이 그토록 엉성할 수가 없다. 더구나 「체코」 봉기 10주년을 맞아 서구 각국의 「매스컴」이 대대적으로 회고 보도하는 가운데 탄압기념 「리셉션」이라니 처음부터 납득이 안가는 초대장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체코」의 자유주의 지하조직이 소련을 골탕먹이기 위해 만든 가짜다.
더우기「리섭션」날로 정해진 8월21일은 소련군 「탱크」가 「프라하」시가지에 진입한 10년 전의 그날. 때문에 이 초대장을 받아든 수신인은 소련 「탱크」의 만행을 다시 한번 회고하게 된다.
소련은 결국 깨끗이 앉아서 당한 셈이다. 대사관으로 전화해본 즉 『알면서 무엇 때문에 전화까지 걸었느냐』며 할말이 없다고 대답한다.
이 같은 흑색선전은 이번만이 아니다. 「유고」와 「터키」대사관엔 지하조직이 보내주는 가짜서류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공항에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등 적지 않은 피해도 본다. 그리고 「이란」이나 「아르헨티나」의 지하조직은 자국이 인권천국이라는 역선전물을 각 보도기관에 보내 자극제로서 이용하기도 한다.
서독은 공산권과 직접 대치되어 있는 터에 각국의 지하조직마저 적지 않게 몰려있다. <이근량 주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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