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장죽 기능 익혀 한평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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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북도는 전통적인 담뱃대중 최고급품으로 치는 오동상감연죽을 만드는 기능을 27년간 외로이 지켜오고 있는 추정렬씨 (51·전북 임실군 둔남면 오수리268)를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해줄 것을 문공부에 요청했다.
오동상감연죽은 태극죽·은삼동고리·민죽·미꾸리죽 등 여러가지 담뱃대 가운데서도 지체 높은 사람들이 가졌던 것. 대통과 빨대는 백동으로, 토리와 무추리는 금·은·구리를 합금해서 만드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대는 오죽을 사용하나 삼강오륜을 나타내 3마디, 또는 5마디 짜리를 사용하고 금l푼과 은 2돈쭝, 구리 2·5돈쭝의 합금으로 만든 토리와 무추리는 전대의 비법으로 새까맣게 변색시키는데 특이하다.
또 토리와 무추리에 솔(송)과 학(학)을 새겨 넣는 것이 독특하고 그래서 이름도 송학죽, 또는 백동죽으로 불린다.
추씨가 오동상감연죽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32년전인 19세때. 다리를 다쳐 활동이 부자유스러웠던 추씨는 고향인 남원군 덕과면 고정리에서 이웃 박상근씨로부터 이 비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년 동안 기술을 연마, 25세때는 독립을 했고 기술도 더욱 발전시켜 지금의 임실에서 모두 27년간 오동상감연죽 한가지만을 만들어 오고 있다.
추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주문도 많았고 가격도 비싸 생계가 넉넉했기 때문에 남원·임실 지방에만 수십명의 기능자가 있었으나 궐련이 보급되면서 수요가 줄고 생계도 어려워 이제 기능보유자는 한사람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2회 인간문화재 공예작품전시회에서 최우수상의 문공부장관상을 받은 추씨는 자신의 대를 이을 오동상감연죽 제작기술의 전수자를 두루 찾았으나 희망자가 하나도 없어 세째아들 용두군16)에게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씨는 토리와 부추리를 까맣게 변색시키는 작업과 솔·학을 새겨 넣는 일이 좀 어렵지만 특수한 기술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모든 것은 하나 하나에 정성을 쏟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씨는 그동안 한 달에 1∼2개씩만 주문생산을 해왔으나 최근에는 외국관광객이 많아 제법 주문이 늘고 있다고 즐거워 했다. 【임실=모보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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